'멜라민 파동' 과자 공포 확산되나

입력 2008-09-26 09:55:29

'중국발 멜라민'이 국내 유명 제과회사 제품에서 검출되면서 전반적인 '과자 공포'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국내 회사의 상당수 가공식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거나 중국산 원료를 쓰고 있어 정부가 직접 나서 의심 식품을 조사, 수거하는 등 대책을 강구중이다.

25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인 동인초교 앞에서 만난 박범석(13)군은 "앞으로는 엄마가 직접 산 과자 빼고는 어떤 과자도 사먹지 말라고 했다"며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나온 것부터 요즘까지 왜 과자를 먹지 말아야하는지 엄마가 설명해줬다"고 했다. 인근 문방구점에는 초교생들이 좋아하던 과자, 초코렛, 캬라멜, 사탕, 껌 등 진열돼 있는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잘 팔리지 않는 눈치였다. 대부분 베트남, 멕시코 등이 원산지였다.

문방구점 주인은 "멜라민 파문 때문에 팔고 있는 제품을 전부 살펴보니 다행히 중국산은 없었다"며 "그러나 정식 허가제품인데도 학부모과 아이들이 불량식품으로 생각해서인지 요즘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대형소매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중국발 멜라민이 전체 먹거리 공포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우 본사 품질과학연구소에서 멜라민 첨가 제품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마트도 상품과학연구소, 품질관리팀 등에서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중국에서 수명의 사망자와 수만명의 환자를 발생시켰다는 멜라민 공포가 숙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홈플러스 칠성점에서 만난 학부모 이주형(33·여)씨는 "정부에서 조사를 벌인다고 하지만 모든 제품을 수거해서 분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따져보고 사먹어야할 것 같다"며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정확한 조사와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현(30·여·남구 대명동)씨는 "중국산만 문제가 아니다. 슈퍼마켓에 가보면 제조지역이나 유통기한이 확실치 않은 수입산 과자들을 싼값에 떨이로 팔리고 있다"며 "이번 파동으로 수입산 과자 전반에 대한 불신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국내 과자제조업체들도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전체 먹거리 불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중국산 식품 사고는 2000년 냉동 꽃게 납덩이 유출부터 시작돼 찐쌀(이산화황 검출), 장어(발암물질), 쓰레기 만두, 김치(기생충알)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관련 업계가 도산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마트 대구 만촌점 김재형 담당은 "아직 매출에 큰 지장은 없지만 먹거리는 워낙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의를 하고 있다"며 "국내 제조업체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멜라민(Melamine)은 공업용 유기화합물로 접착제, 페인트 제조에 쓰이면서 몸에 들어가면 급성신부전, 신장결석, 신장·방광암의 원인이 되며 중국에서는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21일까지 4명이 죽고 5만4천43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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