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남대 총장 후보 선정위원장 김태일 교수

입력 2008-09-24 06:00:00

'매니페스토'로 총장 선거 부작용 줄여야죠

24일 영남대 총장선거에 대한 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이번 총장선거의 특징은 예전보다 당선되기가 깐깐해졌다는 것. 그동안 인기 위주로 총장을 뽑던 관행을 벗고 총장이 되면 어떻게 학교의 비전을 설계한 것인지를 묻는 '매니페스토'(manifesto)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는 최근까지 정치권에 몸담았던 정치외교학과 김태일(53·사진) 교수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동안 총장 직선제에 따른 부작용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학내 구성원 간의 대립관계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했지요."

그래서 김 교수는 "후보자들에게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내놓게 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과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후보자들이 제출한 학교운영소견서(공약집)을 심사하기 위해 영남대는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총선위)를 구성했다. 김 교수가 총선위 위원장을 맡았다. "각 후보가 학교발전을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또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시간계획은 어떻게 짜고 있는지, 목표 실현을 위한 예산 마련과 로드맵은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 방법과 전략은 무엇인지, 공약의 우선순위는 어떤지, 총장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필 계획이에요. 지금까지 학연과 혈연에 기댄 연고주의와 개인의 인기위주로 흐르던 총장 선거를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이끄는 데 이 방식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처음 도입한 매니페스토 방식에 후보로 나설 인물들이 혼란을 겪지는 않을까? "오히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예전처럼 휘황한 장밋빛 구상을 하는 게 아니라 좀더 구체적으로 현실가능한 정책들은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주변 사람들을 통해 후보로 나설 인물들이 모두 공부를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어요. 어떤 공약이 나올지 기대도 되고 궁금합니다."

김 교수는 "투표를 할 유권자들도 학연, 혈연, 지연보다는 비전과 정책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데다 특히 각 후보들의 비교도 쉽게 이뤄질 수 있어 한 표를 행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당선 이후에도 평가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자의 비전과 공약, 정책이 중심이 되는 대학총장 선거문화를 만드는데 영남대가 앞장서겠다"며 활짝 웃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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