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민영공화국' 유장희 지음/굿인포메이션 펴냄

입력 2008-09-24 06:00:00

'공기업 민영화' 得일까? 失일까?

공기업 민영화 논란이 한창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는 민영화 개념을 묻는 사람에서부터 찬성과 반대를 격렬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기업 민영화는 필연적으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찬성하는 사람 혹은 반대하는 사람은 '한쪽만 강조하려는 경향'도 있다.

어쨌거나 현재 한국사회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예민한 문제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경제학자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지은이는 분명하게 민영화를 주장하면서도 '이 책이 오로지 자신의 소중한 견해일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고 있다. 민영화, 과연 득인가 실인가? 결론적으로 지은이는 전환기에 선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서 민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민영화 수준은 초보단계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중추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철강, 통신, 석유, 전매사업인 담배인삼 등 대형 공기업을 민영화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진전이었다. 그러나 아직 전기, 가스, 석탄, 건강보험, 수자원, 공항, 도로, 우편, 철도, 항만, 방송, 국공립대학, 은행, 연금관리, 주택, 주택금융, 토지, 각종 연구기관, 상하수도, 무역진흥, 관광, 농수산 유통 등 상당히 많은 업종을 국가가 관리하거나 개입하고 있다.

지은이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민영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주도형 경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모드였다면 이제는 민간주도형 경제로 이행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민간'이 과연 현재 공기업이 감당하는 분야의 사업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답한다.

지은이는 최근 선진국들이 민영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를 '범세계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것이 많고 오늘날 세계시장의 환경변화를 볼 때 한 국가의 정부서비스 품질과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면 국가산업 전반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의 '시장경쟁능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일정 분야를 아예 민간에 이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민영화가 안 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병폐를 이렇게 지적한다. 첫째 독점산업의 폐해가 크다. 즉, 민영화가 안 된 경우 독점산업인 경우가 많고, 경쟁이 없으므로 고비용 저효율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인 국민은 질 낮으면서도 비싼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력이 약한 업종이 국제교역의 대상이 될 경우 수출은 고사하고 외국 업체로부터 도전받기 십상이다.

두번째 큰 병폐는 공기업 경영자들이 안이하고 방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체로 정부로부터 임명된 사람은 시장검증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전념하기보다는 지위확보와 승진 승급에 더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평균 수익성이 다른 업종보다 낮은데도 연봉은 다른 업종보다 높다는 것도 문제다.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기 쉽다는 점도 큰 문제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경제행위는 집권층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경영원리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경영에 간섭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1960~1980년대 공기업 민영화 성과 분석과 1998~2001년 사이 민영화 결과에 대한 기획예산처 분석을 근거로 '민영화는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1980년대 이전에 민영화된 기업은 민영화 이후 5년 동안 평균 이윤율이 매년 12% 증가했고, 1998~2001년 사이에 추진한 민영화 역시 수익성, 재무건전성, 주가상승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공기업 민영화에서 더 나아가 정부기능 중에서도 많은 부분이 민영화돼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예컨대 교도소 운영이나 공무원 월급 관리 등 정부의 고유업무처럼 보이는 분야 역시 민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민영공화국'인데 이를 위해서는 재래식 교육방식에서 탈피해 창의력이 제고돼야 한다고 전제한다. 물론 정부 기능의 민영화는 공기업 민영화보다 훨씬 어렵고 민과 관 사이의 상당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지은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영화'라는 용어가 정부에서 운영하던 공기업을 민간에게 넘겨주는 의미로 쓰이지만, 선진국의 '민영화'는 정부의 자산과 정부가 운영하는 서비스 기능까지 민간에게 이양하는 무척 넓은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민영화의 당위성에 대한 주장만 묶은 게 아니라 민영화의 의미, 실질적인 민영화의 형식과 방법, 선진국의 사례 등을 함께 싣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결단과 리더십을 발휘해 이른 시일 안에 공공부문 민영화 작업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은이 유장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UCLA 경제학 석사, 미국 텍사스 A&M 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초빙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대원장, 한국경제학회장, 한미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발전에 있어 정부의 역할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더 중시하고, 성장활력의 큰 부분이 경제개방으로부터 온다는 글로벌 개념에 충실한 학자다. 현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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