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우리도 돈줄 말랐다"

입력 2008-09-22 09:13:56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이제 실물부문에도 타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걱정은 금융회사들이 돈줄을 틀어막은 데서 비롯됐다. 거의 모든 은행이 신규대출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산업현장에 이미 파다하게 번졌다.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 금고에 돈이 마른 것일까? 아니면 돈은 있지만 위험관리를 위해 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은행들은 일단 "둘 다 맞다"는 반응이다. 돈도 말랐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돈 구경을 못해요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에 대해 대구경북지역 기업들도, 은행들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 한 관계자는 "자체 파악해본 결과, 기업은행과 대구은행 일부 지점에서만 신용보증서를 갖고 온 기업들에 대해 대출이 이뤄질 뿐 상당수 시중은행은 보증서를 갖고 가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국책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로도 대출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보증서를 낀 대출이라해도 대출 은행이 15% 안팎의 위험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이 약간의 위험이라도 보이면 신용보증서가 있는 대출까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대형 은행도 쓰러지는 세계적 금융공황이 온 상태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을 늘린다는 것은 폭탄을 안고 가는 행위"라며 "본점에서 강력한 여신관리 지침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신규대출은 완전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윤을 좇을 수밖에 없는 금융회사의 생리는 '돈 있는 곳에 돈을 더 주고, 돈 없는 곳에는 돈을 뺏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외화대출을 위해 기업들이 많이 찾았던 수출입은행 대구본부도 올해 추가 외화대출 승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안 주나? 못 주나?

은행들은 증시 침체로 가계나 기업들 모두 '빈 주머니'가 많아 예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데다 자금시장 냉각으로 은행채 등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 대출재원 마련이 정말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은행 곳간이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한 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침체되면 예금으로 돈이 쏠릴 것 같지만 펀드에 묶여 '박살난' 자금이 워낙 많아 은행 예금으로 들어올 돈이 없다. 결국 예금이 크게 늘지 않고, 채권시장도 힘들다 보니 은행들이 대출재원 마련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시중은행 한 대구시내 지점장은 "스스로 위험관리를 하지 않으면 은행도 살아남기 힘들다. 본점에서 강한 위험관리 메시지가 내려오고 있다. 신규대출은 지점에서 올려도 본점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의 예금은행 연체율이 지난 7월 0.99%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말(0.67%)에 비해 크게 증가,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한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9개 은행 대표들과 금융협의회를 갖고 "국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은행들이 리스크관리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대출자산의 급속한 회수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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