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불펜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덩달아 다소 무리한 등판도 이어지는 추세. 특히 삼성 라이온즈의 정현욱, 한화 이글스의 마정길 등 선발 투수진이 그리 탄탄하지 않은 팀에서 불펜의 핵인 투수들의 어깨에 걸린 부담은 더욱 크다.
정현욱은 이미 119와 1/3이닝을 던졌다. 선발 요원인 윤성환(123이닝), 이상목(119와 2/3이닝)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초 선발로 등판한 7번(35와 1/3이닝)을 제외하고 불펜으로만 활약한 42차례의 등판만 따져도 무려 84이닝을 던졌다. 불펜에서 쌓은 성적은 7승2패10홀드.
권오준, 권혁, 안지만 등이 기대에 못 미쳐 정현욱은 더욱 고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선발 투수진이 강하지 못해 많은 이닝을 버틴 뒤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한다. 2이닝 이상 던진 횟수는 19번, 3이닝 이상 던진 횟수도 8번이나 된다. 그가 있었기에 삼성이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에 2경기 차 뒤진 5위인 한화의 마정길도 팔이 빠져라 던지기는 마찬가지. 1승1패6홀드2세이브를 기록 중인 마정길은 60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85와 1/3이닝을 던졌다. 2이닝 이상 던진 것은 19번, 3이닝 이상 던진 때도 6차례다. 짐을 나눠 들던 윤규진(69와 1/3이닝 동안 5승2패12홀드)이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 더 힘들다.
두산 베어스 불펜의 이재우, 임태훈도 많이 뛰고 SK 와이번스 정우람도 툭 하면 나서지만 이들만큼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59번 등판(78이닝)한 이재우와 52번 등판(77이닝)한 임태훈은 2이닝 이상 던진 횟수가 각각 14번과 16번. 정우람은 74번이나 나섰지만 68과 1/3이닝만 던졌고 2이닝 이상 던진 것도 7번 뿐이다.
42차례 불펜으로 나선 정현욱이 1이닝 이하로 던진 것은 11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정현욱은 삼성의 롱 릴리프(long relief·1~4회 정도 길게 던지는 구원 투수)이자 셋업맨(setup man·마무리 투수가 나오기 직전 던지는 투수)인 셈. 마정길이 2, 3일 잇따라 등판하는 것은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4위 수성이 남은 과제인 삼성이나 16일 8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이룬 롯데 자이언츠에게 일격을 당해 4위 탈환이 더 힘들어진 한화 모두 정현욱, 마정길 없이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성실함과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꿋꿋이 팀의 뒷문을 책임져온 이들이 개인 성적과 관계 없이 더 많은 관심과 보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소속팀이 한창 순위 싸움 중이라 남은 경기에서도 이들은 계속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의 어깨에 걸린 과부하도 해소되긴 힘들어졌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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