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더 좋은 교육환경 제공하려면

입력 2008-09-19 09:33:31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는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세계적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의 훌륭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퇴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미국 내 뉴욕이나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의 낙후한 지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새로운 고등학교를 지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게이츠가 고등학교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이 시기가 성공과 실패로 가는 인생의 갈림길이 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학생은 인종과 경제적인 수준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가르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학생 수가 400명을 넘지 않을 정도로 작아야 엄격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으며, 학생이 교사들의 관심과 지도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만든 500여 개 이상의 작은 고등학교는 학생으로 하여금 신체적,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고, 학습동기를 높여주기 때문에 높은 출석률을 보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이 낙오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게이츠의 생각은 21세기 지식사회를 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가 시작하고 있는 기숙형 공립고등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대도시의 슬럼가가 낙후지역이지만 우리나라는 농산어촌이 교육적인 혜택면에서 보면 낙후지역이다. 농산어촌은 인근에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원도 없고, 문화적인 혜택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농산어촌을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더 좋은 교육적인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88개의 기숙형 공립고등학교를 선정해 지원하고, 내년에 60여개 학교를 지원하면 대부분의 군지역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혹자는 지명되지 않은 다른 학교는 어떡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낙후지역의 모든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작단계라고 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차츰차츰 농산어촌의 고등학교를 기숙형으로 하여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현재 산업사회로부터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의 힘의 원천인 권력, 지위, 재산, 군대의 중요성은 서서히 조금씩 감소, 약화되고 있다. 반면 지식기반사회의 힘의 원천인 정보, 지식, 기술, 아이디어, 가치, 품성, 문화, 정신, 마음 등의 경제적인 가치는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바로 교육과 훈련이므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숙형 공립고등학교는 학습공동체 생활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힘의 원천인 지식과 기술은 물론 품성, 정신, 마음 등을 기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낙후지역의 모든 학생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그 지역은 더 이상 사람들이 떠나는 낙후지역이 아닌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는, 돌아오는 새로운 농산어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사람이 실제로 출연하여 펼치는 공연과 사람이 직접 출연하지 않는 영상의 세계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음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극적인 장면을 보여 주기 위해 영상부문이 더 많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현재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상상의 세계를 더 자유롭게 발전시키고,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좋은 교육은 분명히 낙후된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숙형 공립고등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김태완(계명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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