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먹은 송이 "올해는 질보다 양"

입력 2008-09-19 09:43:18

송이철이다. 추석을 전후해 전국 송이버섯 주산지 산림조합들이 송이 수매에 나섰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송이를 테마로 한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와 온도·습도·토양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싹조차 움트지 않는다는 송이. '산 속의 보석'으로 불리는 올 송이 농사는 과연 풍작일까 흉작일까.

◆출발은 양호=일단 지난해보다 수매도 빠르고 생산량도 많다. 올해 도내 첫 수매는 지난 2일 영덕에서 이뤄져 작년 17일 문경에 비해 2주일 가까이 빠르다. 영덕의 지난해 첫 수매일은 17일이었다. 또 영덕과 함께 전국 최고의 송이 생산지인 울진도 지난 10일 첫 수매에 나서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앞섰다.

도내 생산량은 17일까지 현재 2만2천775㎏(수매가 27억6천84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80㎏(1억5천103만원)에 비해 월등히 많다. 현재 1위는 영덕으로 1만956㎏를 수매했으며 2위는 5천51㎏을 생산한 울진이다. 다음은 포항 청송 안동 봉화 순이다.

◆낮은 상품의 질=생산시기가 빠르고 양은 늘어났지만 상품의 질은 평년보다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수집상은 "지금 생산되는 송이는 여름 송이처럼 향이 덜하고 갓이 펴져 있거나 파손 등 등급이 낮은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작년 17일 당일 경북도내 총생산량 704㎏ 중에는 1등품 166㎏, 2등품 155㎏, 3등품 266㎏, 등외 117㎏ 등 전 등급이 고루 분포했으나, 올해는 17일 하루 수매 결과 2천167㎏ 중 1등품 90㎏, 2등품 107㎏, 3등품 1천111㎏, 등외 859㎏ 등 하위 등급에 대부분이 몰려있다.

◆엇갈리는 생산량 예측=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농민들은 송이 생산에 알맞은 온도가 밤기온 17~18℃, 낮기온 25~26도인데, 최근 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등 낮밤의 온도가 적정 기온을 모두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올여름 날씨가 유난히 무더웠는데다 강우량마저 적어 포자가 성장을 멈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풍작을 예측하는 쪽의 입장은 다르다. 생산 시기가 작년보다 빠른데다 생산량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포자가 왕성하게 형성돼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얘기.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송이 환경개선사업과 솔잎혹파리 방제사업 등 일선 시군들이 지속적으로 소나무 보존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어 작황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

◆지역별 작황=지난해 경북도내 생산량 1위는 3만437㎏(수매가 27억800만원)을 생산한 영덕. 다음은 1만7천92㎏의 울진과 1만2천276㎏의 봉화 순이다. 문경과 포항 청도 청송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산림조합에서 송이를 수매할 만큼 생산되는 곳은 전국에서 20여 시군. 이 중 영덕이 지난해 전국 총 생산량의 20%를 차지했으며, 2005년부터 내리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높은 가격=풍·흉작에 관계없이 최근에는 북한·중국산 등 수입산 송이가 대거 들어왔지만 국내산 송이는 여전히 '귀하신 몸'이다. 추석 이후 수집상들 사이에서 형성된 가격은 1등품이 ㎏당 25만~35만원선. 벌레가 먹었거나 기형품, 파손된 등외품도 7만5천~12만원 선에 거래된다. 이것도 생산량에 따라 또 지역과 요일마다 차이가 크다. 산림조합이 지난 1978년 공판을 시작한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을 기록한 것은 2002년 9월 12일 봉화조합에서 수매한 60만1천300원이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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