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이재효 조각전

입력 2008-09-19 06:00:00

통합적 질서로 응축시킨 인공미와 자연미

이재효 조각전 /분도갤러리 /~10월 11일

회화가 드로잉과 채색에 의한 평면상의 조형이라고 한다면 조각은 중력을 지닌 매스(mass)를 가지고 공간 속에서 조형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3차원의 회화가 있는가 하면 2차원에 가까운 조각도 우리에겐 이미 낯설지 않다. 현대미술에서 장르 개념상의 혼란은 매체의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용이나 구성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재료의 고유한 성질에 역행하는 기술이나 그 자체로서 어떤 부적합한 형태에도 관객들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런 역설(irony)들을 기성의 관념이나 미학, 또는 제도나 관행 등에 대한 전복의 시도로, 저항의 상징으로 해석되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의도와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소재가 아주 다른 용도로 엉뚱한 기술에 부쳐지는 것 모두가 새로움을 추구하고 충격을 주는 전략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발함으로 남과 다른 것을 찾는 것의 동기로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에 전복이나 역설의 목적이 아닌 단순히 미나 숭고의 상징을 추구하는 듯 보이는 작가도 있다. 분도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재효 전은 재료를 이해하고 장악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그런 조각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가가 취급하는 재료가 철, 나무, 돌과 같은 견고한 성질의 자연물들이 기본을 이루고 있어서 갖가지 혼성 재료에 눈이 팔려 산만해진 감각들을 되찾게 되는 듯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의 형태도 대체로 심플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형으로 환원된 둥근 구형이거나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하고 본질적으로 보이는 단순한 겉모습과 달리 그 아래는 복합적인 내면이 감춰져 있는 듯하다. 그런 몇몇 종류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외관의 특징은 균질하게 깎여나간 재료의 절삭 면에서 현상되는 빛깔로 작품의 전체적인 표면이 형성되도록 한 것이다. 재료의 내부에 감춰져 있던 물질성을 겉으로 드러내며 찾은 매우 감각적인 미이다.

이런 아름다움은 다수의 개체들이 모여 이룬 재료의 '군집체'를 하나의 형태 속으로 구축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자연적인 소재들이 그 아름다움의 기본이 되는 점이 그의 작품 성격을 자연적이라고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자연의 재료들을 디자인한다. 질서와 조화라는 가치 아래 재료와 형태를 구속시키며 수많은 개체들에게 전체적인 통일성을 부여하여 조화시켜내는 어떤 강제가 느껴진다. 나뭇잎, 목재, 쇠못 등과 같은 자연 재료에 부여한 질서의 강제성이 우연성보다는 계획된 목표 아래서 의미의 빛을 발산한다. 그것들이 빚어내는 파토스를 하나의 질서로 통합시켜 전체적인 형태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게 하는 예술적 질서는, 그 과정에 무수한 것들을 사상시키겠지만 인공적인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자연에 가하는 필연적인 폭력처럼 느껴진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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