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처리 무산사태를 계기로 한나라당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과반의석을 20여석 초과하는 172석의 거대여당이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바람에 추경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노출한 데다 사후수습책을 둘러싸고 특정계파가 원내사령탑 몰아내기에 앞장서는 등 자중지란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 말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1박 2일간 의원연찬회를 갖고 전열정비를 했다. 이때도 소속의원들이 저녁 늦게 대거 이탈하면서 느슨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노출한 바 있다.
그동안 여권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쇠고기파동과 국회개원지연사태 등을 겪으면서 여권은 당청 간 소통부재와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경쟁의식, 친이와 친박 등의 계파갈등 등이었다.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실현한 강력한 집권세력이라기보다는 소계파의식으로 가득찬 '모래알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떼법(불법집단행동)과 좌편향정책 등 여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개혁입법은 엄두도 못낼 판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2년 비주류 끝에 주류가 된 줄 알았더니 여전히 나는 비주류"라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성진 최고위원과 진수희, 김용태 의원 등 골수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부터 집중적인 사퇴공세를 받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정기국회가 막 시작한 마당에 친이명박사람들끼리 권력다툼에 나서는 모양새다. 친박측 한 인사는 "오죽했으면 친박계가 나서서 홍 원내대표 지원사격에 나섰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5월 홍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체제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이들은 여권내의 신주류로 불리면서 주도세력의 핵심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원협상이 풀리지않으면서 여권일각에서 끊임없이 홍 원내대표 등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흔들기에 나섰고 급기야 최근에는 박 대표와의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들이 한나라당을 172석을 갖고있는 거대여당으로 역할하지못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들로 꼽히고 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지난 달 '이노베이트 한나라'라는 한나라당 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발표했다. 10년 야당체질을 벗어나서 집권당으로의 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추경안처리무산파문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체질개선이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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