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처리 무산 직후 여권에서 제기됐던 홍준표 원내대표 책임론이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1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홍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다는 방침이지만 당내 분위기는 '사태수습이 급선무'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지금 물러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퇴론을 일축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당장 추경안처리가 급한 데다 국정감사와 개혁입법추진 등 현안을 앞두고 원내대표를 교체해서는 안 된다는 여권상층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느슨해진 여권의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칫하다가는 적전분열로 비치면서 야권의 사기만 올려줄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까지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홍 원내대표 본인도 "의총에서 나오는 결과대로 할 것"이라면서 누그러진 자세를 보였다.
홍 원내대표의 책임론의 강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추경안 처리 무산이 홍 원내대표의 정치력 부족보다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민주당의 태도에 기인한다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한구 예결위원장 등은 "어차피 이번 사태는 추석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는 민주당의 전략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석 전 추경안을 통과시켜 추석민심을 선점하는 것만은 막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이 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가 이날 재신임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추경안 처리무산에 따른 리더십 실추 등 정치적 상처는 불가피하다. 2년 임기의 원내대표자리지만 자신이 거듭 제기한 '여권 연말 진용재편주장'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게 된 것이다. 완전한 재신임이 아니라 연말까지 사퇴가 유보된 한시적인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회생, 롱런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홍 원내대표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