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여섯 키우는 김선례 할머니 "돈 없으니 恨가위 같아"

입력 2008-09-11 09:52:15

▲ 우리 주위에는 추석이 더 서러운 이웃들이 적지 않다.
▲ 우리 주위에는 추석이 더 서러운 이웃들이 적지 않다. '돈때문에 명절 때도 자식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김선례 할머니의 눈물은 좀처럼 멎을 줄 몰랐다.

"명절인데 자식들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10일 오후 3시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김선례(71·가명)할머니는 몇 번이나 닦았던 바닥을 걸레로 닦고 또 닦았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자식들이 들를까'하며 막연히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금방 고개를 흔들고 만다. 명절 때만 되면 혹 자식들이 찾아올까 바쁘게 걸레질을 하지만 자식 내외들이 찾아온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24년전 남편을 잃고부터 자식들이 흩어지고 소식을 끊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계속 맡겼다. 39.7㎡(12평)의 좁은 아파트에서 손녀들과 또 한명의 자식 등 다섯명이 함께 산다. 지난해까지는 외손자·손녀 3명까지 모두 8명이 이곳에 살았다.

함께 사는 민주(12)·민정(10)·민지(9·가명) 세 손녀는 큰 아들의 아이들이다. 아들은 5년전 아이들을 데리고 와 좀 키워달라고 했다. "큰아들은 공장엘 다녔는데, 지금은 뭘하는지 전화도 안받아. 며느리는 좀 나아졌는지…." 더욱이 이혼한 딸까지 외손자 셋을 데리고 와 아이들만 남긴 채 가버렸다. 그 외손자들은 지난해 엄마에게 돌아갔지만, 할머니는 3, 4년을 아이 여섯을 혼자 키웠다.

할머니가 손을 내보였다. "손가락이 성한 곳이 없어. 아이들 옷을 빤다고 하도 문질렀더니 제대로 펴지지도 않아."

형편이 어렵다보니 자식들은 아이를 맡기면서도 돈 한푼 주지 않았다. 옷은 얻어 입혔고 배를 곯아야 할 때도 있었다.

자식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있는 바람에 할머니는 지금 그나마 수급자 혜택도 못보고 있다. 한달 수입은 세 손녀 앞으로 나오는 60만원과 노령연금 8만여원, 복지관에서 보태주는 후원금 5만원이 전부다. 할머니는 눈물을 훔쳤다. "나야 괜찮지만 아이들만이라도 부모 사랑 받고 사람처럼 살아야 할텐데…."

"아이들만 맡긴게 미안해서 면목이 없어 안오는걸거야. 명절만 되면 자꾸 눈물이 나."

대구에는 김 할머니네처럼 시나 행정기관에서 생활비 등을 지원받고 있는 조손가정이 957가구(2천290명)에 이른다. 대리양육이나 가정위탁, 차상위계층도 있지만 이들중 785가구(1천911명)가 기초생활수급자다.

글·사진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