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두 運河의 운명

입력 2008-09-09 11:00:13

최근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슬그머니 화나게 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서울과 인천을 잇는 京仁(경인)운하 사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이다. 경인운하는 1995년부터 추진되다 2004년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여 중단된 사업이다. 정부가 이 사업을 다시 만지작거리는 것은 건설 경기가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인운하와 같은 맥락에 '낙동강 운하'가 있다. 문제는 지금 이 두 운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낙동강 운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지난 6월 19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단이 발표됐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인운하 사업 재개에는 불을 댕기고 있다.

분명, 경인운하도 '한반도 대운하'의 일부인데 어째서 경인운하는 괜찮고 낙동강 운하는 안 되느냐는 것이다. 의문은 쉽게 풀린다. 낙동강 운하는 반대 목소리가 높고, 경인운하는 낮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경인운하가 재개된다는데 환경론자들은 죄다 어딜 갔는지 이번에는 반대 구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개발' 쪽으로 슬쩍 손 들어준 것은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경인운하 사업에 영호남 지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낙동강 운하를 한다는데 수도권에서는 왜 반대하는가. 여기에는 지역의 책임도 크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인운하는 환경성'경제성'홍수피해 예방 측면 등에서 두루 실효성이 있다"며 청와대에 강력 건의했는데 이것이 먹혀든 모양이다. 이 정도의 실효성이라면 낙동강 운하가 훨씬 더 큰 게 아닌가. 그런데도 경기도는 반대논리를 압도할 리더십을 발휘했고, 대구'경북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한반도 운하에서 경인운하와 낙동강 운하는 지금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해 독설을 퍼부어 온 김문수 지사지만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는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몇 년 후에 있을 '경기운하 개통식'을 바라보며 지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지역 홀대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한다는 지도자가 이 지역에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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