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속 手話 소통…비싼 통화료가 흠
"세상이 더 밝아진 느낌이랄까요?"
청각장애인이자 대구영화학교(청각장애인 학교) 교사인 신현우(31)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를 찾아가는데 영상통화폰 덕을 톡톡히 봤다. 문자로 아무리 현재 위치가 어딘지를 주고받아도 답답하기만 했던 그는 주변 위치를 영상통화로 친구에게 보여주며 정확히 약속장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신 교사는 "영상통화가 없었다면 낯선 곳에서 헤맸을지도 모른다"며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영상통화가 해소해주고 있다"고 했다.
영상통화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케 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수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영상통화는 '언어의 장벽'을 허문 신기술임에 틀림없다. 청각장애인이 영상통화로 수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찐한' 감동을 받았다는 이도 있다.
이 때문인지 영화학교 학생 72명 중 상당수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3G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 대화는 문자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당장 의사소통이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영상전화를 사용한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교사인 김연주(37·여)씨는 "운전 중 사고가 났다거나, 아프다거나 할 때는 영상전화가 없다면 정말 난감할 것"이라며 "영상을 통해 수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의 '보이는 입' 노릇을 톡톡히 하는 영상통화가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비싼 요금에다 작은 화면, 한 손으로 수화를 해야 하는 등 갖가지 불편함 때문이다.
김 교사는 "자동차 사고가 나 보험회사로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수화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결국 또 제3자를 통해 통역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영상통화가 가능해도 사실상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작은 화면도 문제. 아무리 팔을 쭉 뻗어봐야 화면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한계가 있다 보니 수화 장면이 화면을 벗어나기 일쑤다. 야간에는 아예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것도 단점이다. 신 교사는 "어두운 골목길에서는 아예 화면이 보이지 않다 보니 가로등 밑에 바짝 붙어 서서 통화를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비싼 요금은 가장 큰 걸림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영상통화 60분과 문자 1천통의 무료 혜택이 주어지지만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말로 하는 것을 수화로 전달하려면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기를 들고 한 손 수화로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보다 통화 시간이 3~4배 이상 걸린다. 김진경(18) 학생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진정한 대화의 자유를 주려면 비싼 요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