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귀의 날'…청각장애인 언어장벽 허문 영상전화

입력 2008-09-09 09:42:39

화면속 手話 소통…비싼 통화료가 흠

▲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 통할 수 있는
▲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 통할 수 있는 '말문'을 열어준 영상통화. 학생들은 영상통화로 수화를 보여주며 대화를 나눈다. 윤정현 인턴기자

"세상이 더 밝아진 느낌이랄까요?"

청각장애인이자 대구영화학교(청각장애인 학교) 교사인 신현우(31)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를 찾아가는데 영상통화폰 덕을 톡톡히 봤다. 문자로 아무리 현재 위치가 어딘지를 주고받아도 답답하기만 했던 그는 주변 위치를 영상통화로 친구에게 보여주며 정확히 약속장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신 교사는 "영상통화가 없었다면 낯선 곳에서 헤맸을지도 모른다"며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영상통화가 해소해주고 있다"고 했다.

영상통화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케 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수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영상통화는 '언어의 장벽'을 허문 신기술임에 틀림없다. 청각장애인이 영상통화로 수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찐한' 감동을 받았다는 이도 있다.

이 때문인지 영화학교 학생 72명 중 상당수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3G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 대화는 문자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당장 의사소통이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영상전화를 사용한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교사인 김연주(37·여)씨는 "운전 중 사고가 났다거나, 아프다거나 할 때는 영상전화가 없다면 정말 난감할 것"이라며 "영상을 통해 수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의 '보이는 입' 노릇을 톡톡히 하는 영상통화가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비싼 요금에다 작은 화면, 한 손으로 수화를 해야 하는 등 갖가지 불편함 때문이다.

김 교사는 "자동차 사고가 나 보험회사로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수화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결국 또 제3자를 통해 통역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영상통화가 가능해도 사실상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작은 화면도 문제. 아무리 팔을 쭉 뻗어봐야 화면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한계가 있다 보니 수화 장면이 화면을 벗어나기 일쑤다. 야간에는 아예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것도 단점이다. 신 교사는 "어두운 골목길에서는 아예 화면이 보이지 않다 보니 가로등 밑에 바짝 붙어 서서 통화를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비싼 요금은 가장 큰 걸림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영상통화 60분과 문자 1천통의 무료 혜택이 주어지지만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말로 하는 것을 수화로 전달하려면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기를 들고 한 손 수화로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보다 통화 시간이 3~4배 이상 걸린다. 김진경(18) 학생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진정한 대화의 자유를 주려면 비싼 요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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