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글의 誤謬(오류)를 바로잡으면서 가장 편한(?) 분야가 있다.
바로 詩(시)다. '詩的(시적) 허용'에 따라 전문가가 쓴 글이어서 표현을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절대 고치면 안 되기에 맞춤법이 틀릴 때는 교정자로서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할 일없이 담배를 태운다./바둑이가 짖으며 내닫은 길 위로/아무도 한 번 가고는 오지 않는다."라는 이 詩句(시구)에 나오는 '할 일없이 담배를 태운다'가 애매모호하다. 하는 일이 없다는 뜻보다는 흔히 '할일없이'로 잘못 쓰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뜻인 '하릴없이'에 가깝지 않을까. "하릴없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로 쓰이는 '하릴없이'를 시인이 착오한 것인지 확인할 계제조차도 허용치 않는다.
時調(시조) 또한 시와 같이 예외가 될 수 없다.
"두어 시간 날이 들면 연해 날개를 털고/암컷의 유혹과 경계의 동시성을 띈" 에 나오는 '동시성을 띈'은 '동시성을 띤'의 틀린 표기다.
'띠다'는 용무·사명을 가지다, 빛깔을 가지다, 표정이 드러나다의 뜻을 갖고 있으며 "중대한 임무를 띠다." "비판적 성격을 띤 발언" 등으로 쓰인다.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로 "눈에 띄다"로 활용한다.
표기가 잘못된 시와 시조도 있지만 남영태 시인의 '당신'엔 아름다운 우리말이 수없이 나온다.
"세월이 갈수록/듬쑥한 당신//덩둘한 이 사람을/도두보아 주어 고마워요// 아름드리 커가는 자녀 보며/부부로 인연 맺어/걸어온 이십 성상,/나에겐 너무나 종요로운 당신//도린곁을 걸을지라도/함께 있어 풍요로워요//꾀꾀로 실큼한 생각이 들어도/알심으로 참아주구려//미안하오/여낙낙하지도, 실팍하지도 못하여…/애면글면하다 보면/당신에게 살갑게/느껴질 날 있으리다"
남영태 시인은 우리말에 관해 조예가 깊으며 독자들에게 순수 우리말을 전하려 애쓰는 아름다운 시인인 것 같다.
이 시에 나오는 '듬쑥한, 덩둘한, 도두보아, 종요로운, 도린곁, 꾀꾀로, 실큼한, 알심, 여낙낙하다, 실팍하다, 애면글면, 살갑게' 등 순수 우리말은 사전을 뒤져가며 음미해보면 좋을 듯하다.
요즘 환율폭등, 주가폭락 등 '9월 위기설'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인지 세상살이가 팍팍하다.
'누리' '라온'이라는 순우리말로 이름 붙인 두 딸의 아버지로서 '세상(누리)살이가 즐거웠으면(라온)'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