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일까? 조각 작품일까?…조각가 이재효 개인전

입력 2008-09-08 06:00:00

10월 11일까지 갤러리분도/돌·나무 등 그대로의 모습 강조

이재효 작
이재효 작 '0121-1110=1080620'
이재효 작
이재효 작 '0121-1110=107081'
이재효 작
이재효 작 '0121-1110=108084'

재료가 지닌 고유한 속성을 존중하는 조각가 이재효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이재효 작업을 지배하는 근간은 자연이다. 가급적 자신의 의도를 배제시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시켜 사물이 자연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나무, 돌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과 자연의 친화력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대한 설치작품부터 테이블까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작품에 현대 미술의 난해함 대신 자연의 한 단면이 담겨 있는 이유다. 자연과 예술의 화합을 시도한 작가의 독창적인 감성은 전시장에서 자연의 일부를 마주 보는 듯한 감명을 준다.

또 작품의 형태적 근원인 원은 자연의 본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원은 재료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는 형태인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합일,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 순환을 나타낸다. 작가는 완전한 형태인 원과 그 자체로 완전한 자연의 일치를 작업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나뭇잎을 천장에 매달아 일렬로 배열한 작업, 전기톱으로 통나무를 잘라 질서정연하게 구축한 육중한 구체는 전시공간을 압도하는 마력을 지닌다. 나무 둥지를 잘라 구형 또는 넓은 반원형으로 구성하는 작업 외에 그는 몇년전부터 검게 탄 나무 덩어리 위에 굵은 못을 박고 구부린 뒤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별 개체(나무, 못)가 군집으로 집약되는 완결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구나 반구, 원기둥과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나무를 집적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나는 원이나 구와 같이 둥근 형태가 주는 느낌에 관심을 갖고 있다. 둥근 산, 둥근 초가지붕, 빙 둘러처진 울타리 등 모나지 않은 우리 민족 심성의 근원이 둥근 형태에 있다. 눈에 익은 친근한 잡목으로 단순한 구의 형태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8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리는 초대전에서는 작은 돌을 천장에 매달아 원형을 구성한 작품과 나무와 못으로 구축된 조각을 함께 선보인다. 자연과 조각을 연결하는 연금술사로 불리는 이재효의 이번 전시는 자연의 원형을 조각으로 구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053)426-561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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