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내리는데 아스팔트는 왜…"
지역 중소기업들이 사용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다시 오르자 관련 업계가 분노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 등 대부분의 원자재가격은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반해 대기업들이 그동안 출고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수기를 맞아 가격 인상을 단행한데 따른 것.
지역 아스콘 업계는 대기업 정유사들이 9월부터 아스팔트 가격을 kg당 150원 인상한다고 통보해오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대구경북지역 67개 업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아스콘조합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아스콘 원자재인 아스팔트 가격을 ㎏당 150원 인상함에 따라 회원사들은 t당 9천원 정도 적자 생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콘 업계가 아스팔트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이미 지난 5월 조달청과 1년치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아스팔트 가격이 인상되면 고스란히 그 만큼의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스콘 업계는 올해 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현 단가로는 적자생산이 불가피하다며 납품중단까지 벌여 아스콘 가격을 평균 19.3% 올리는 수준으로 조달청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아스팔트 가격은 ㎏당 400원이었는데 정유사들이 이 가격을 ㎏당 550원으로 올리면 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그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역 아스콘업계는 특히 정유사들이 아스콘 업계의 반발로 지난달 가격인상안을 철회한 뒤 보복성 조치로 공급물량을 중단하거나 제한해 출하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지역 한 아스콘업체 대표는 "8월 중순부터 정유사들이 공급량을 평소보다 10~15%로 감소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국제 원유가가 급락하는데도 아스팔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아스팔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납품량도 10% 수준에 불과해 대구경북지역 118곳의 도로공사 차질이 예상된다.
대구경북아스콘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가격인상을 철회했다가 한달도 안돼 기습적으로 인상통보를 하는 바람에 지역 아스콘업계가 도산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지방조합 이사장과 연합회 이사장들은 5일 이사회를 열고 납품거부, 규탄집회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염색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가성소다의 공급가격도 9월부터 올라 지역 염색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구경북염색조합에 따르면 가성소다 공급업체들은 이달부터 현재보다 kg당 150원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대구지역 80여개 섬유업체에서는 가성소다를 월 8천t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kg당 150원이 인상되면 연간 144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염색업체들은 가성소다가 소금과 전기를 이용해 생산하는 품목이어서 현재로선 원가인상 요인이 거의 없는데도 대기업인 공급업체들이 국제 시세 상승을 이유로 국내공급 가격을 급격히 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벙커C유 가격은 9월 ℓ당 872.6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57.7원 내리는데 그쳤다. 지역 한 염색업체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100원 이상 올랐는데도 내릴 때는 6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지값도 9월 중순쯤 8% 정도 인상된다. 제지업체들은 지난달 제지값을 15% 인상하려고 했지만 지식경제부의 제동으로 철회한 바 있다. 대구지역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비수기인 8월과 달리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은 가격을 올리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계는 "주춤하던 원자재가격이 다시 오름에 따라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정부가 가격 담합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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