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리즘] 개인미술품 양도세 부과 '파장'

입력 2008-09-05 06:00:00

▲ 개인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방안이 추진되자 지역 미술계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옥션M 미술품 경매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 매일신문 자료사진
▲ 개인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방안이 추진되자 지역 미술계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옥션M 미술품 경매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 매일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개인 미술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 미술계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세재개편안에 따르면 점당 금액이 4천만원 이상인 미술품과 제작연도가 100년 이상된 골동품 등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것. 미술품 양도소득세 과세안은 지난 1990년 입안되었으나 미술계 반발에 부딪혀 5차례나 시행이 연기된 뒤 결국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술계 반대가 여전히 거센 가운데 과세 인프라 구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계 반응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정부 추진안

정부가 실패를 거듭했던 미술품 과세 방안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국내 미술품 시장이 수천억원대 규모로 커져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 적용을 미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세 대상을 개인 소장품으로 한정한 이유는 갤러리 미술품 거래에는 종합소득세, 법인의 미술품 양도는 법인세 과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품 구입비와 같은 필요 경비를 빼고 남은 이익에 20%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는 방안을 2010년부터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거래 증빙 서류가 남아 있지 않아 경비 산정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양도가액의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준다는 보완책도 덧붙였다. 1990년대 과세 기준을 2천만원 이상으로 잡았지만 이번에는 두배로 높였고 신고과세가 아닌 원천징수를 택한 점, 종합소득과 분리 과세를 하는 점 등이 정부안의 특징이다.

▨과제

가장 큰 문제는 과세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을 누가 팔고 누가 샀는지 노출이 되지 않는 국내 미술시장 특성상 정확한 과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과세를 위해 '미술품 거래 실명제'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5천만원 하는 작품을 3천만원에 사고 팔았다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처럼 공시가격이나 유사한 물건의 시세를 통해 거래 가액을 추정할 수 없는 것이 미술품이 가진 속성이다. 그리고 미술계 반발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미술시장 및 미술품 투자 해설서를 펴낸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미술품 과세를 위해서는 먼저 연구가 필요하다. 거래 실명제가 전제되지 않은 양도차익 과세는 미술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과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거래보다 해외 거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국내시장이 얼어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한 갤러리 대표는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면 거래가 뚝 끊어질 것이다. 그나마 국내 미술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개인 컬렉터들의 구매 의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미술계 반응

한기숙 대구화랑협회장은 "미술품 거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금을 공평하게 추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 미술시장이 콧물을 흘리면 지역 미술시장은 감기에 걸리는 게 현실이다. 양도소득세 부과는 지역 미술시장을 고사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장우 대구미술협회장도 "미술품을 구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세금 부과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술품 구매가 주춤하면 그 영향이 화가들에게 돌아가 창작 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박소영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매우 열악하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랑들이 많다. 과세는 작가 발굴 등 미술 발전을 위해 화랑들이 해야 할 역할을 못하게 만드는 조치다"고 지적했다.

개인 미술품 수집가는 "세금이 부과되면 음성적인 거래가 늘어나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세금 부과는 시기상조다. 여건이 성숙돼 세금을 부과해야 할 시점이 되면 외국처럼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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