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쟁이 입니다. 허리춤에 망치와 줄자, 톱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용리 한 전원주택 건립 현장에서 만난 구릿빛 얼굴에 모자를 눌러쓴 홍종선(50)씨. 청도를 비롯해 부산'울산 등의 전원주택지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모양의 집을 척척 만들어내 '집 박사'로 소문난 그를 찾아갔다.
건축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제도권 밖의 '집박사'이다. 그가 '박사'라는 닉네임을 얻기까지는 끊임없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우물을 파온 장인정신이 바탕이 됐다. 설계에서부터 목수'설비'전기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그의 디지털카메라에는 지금까지 만든 집 작품들이 가득했다. 일반 주택을 비롯해 사찰과 제 각기 모양과 내부 평면이 다른 펜션 등….
올들어 8개월째 부산과 울산 사람들이 최고의 전원주택지로 손꼽고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일대에서 등대모양, 돔형 등 갖가지 형태의 집을 짓고있는 홍 사장은 올해만 10여 채의 집을 지었다. 한달에 1.25채를 지은 셈이다. 홍씨가 집 한채 짓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3개월란 점을 감안하면 쉴틈이 없었을 듯싶다.
문경 가은읍 왕릉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 취직을 해야했던 홍씨. 겨우 차비만 챙겨 부산으로 내려가 직장을 구했다. 섬유회사 기숙사에 묵으면서 하루 3~4시간 자고 20시간을 일했다. 잔업이면 하루도 빠지질 않고 했다. '일이 있어 행복한 때'로 기억에 남아있는 시절이란다. 진학과 어릴 때부터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지어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이다.
성실히 일한 덕분에 고향의 친구와 동생 여러 명을 같은 회사에 취직시키기도 했던 홍씨는 직장생활을 해서 모은 돈으로 1985년 건축자재 판매업에 뛰어들었으며, 일본과 캐나다 등을 다니면서 건축자재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나름대로 건강한 집을 짓기 위한 방안도 연구했다. 1985,86년 전국적으로 주택개량사업이 한창이던 당시 시장세에 편승, 87년부터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엔 미흡하던 단열과 방수, 방한 등 선진기술을 건축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축자재 수입에 의한 주택 건축을 시도했다. 그것이 바로 목조주택이다. 그후 홍씨는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자재인 목재로 집 짓기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88년 '삼우하우징'에서 지난해에 '휴먼스페이스'로 회사 이름을 바꾼 그는"인간에게 더욱 더 편안한 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시대 트렌드에 맞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그가 건축한 집은 대구와 부산, 울산 등지에서 무려 280여채. 모양과 평면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 최근 그가 울산 간절곶에 건축한 돔형 집은 대지 100㎡에 건평은 30㎡가 고작이다. 내부에는 거실 겸 방, 샤워실'화장실이 갖춰져있고 멀리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베란다도 있다. 1층은 들어올려 차량 2대를 댈수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물론 집 앞 하얀 철대문에서부터 뒤에 방범벽 역할을 하는 울타리 등 조경도 직접 했다. 건축비는 3.3㎡당 350만원 든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홍씨가 짓거나 지어놓은 집을 보고는 자기 집도"똑같이 지어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갖가지 평면의 집을 짓기까지는 그의 노력이 만만찮았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아이디어가 떠 오르면 벌떡 일어나 그림(설계도)을 그리고, 멋진 모양의 집이 나오는 꿈을 꿀 때는 꿈속에서도 구석구석 살펴보고는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사업 초창기엔 건축비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손해도 꽤 많이 봤다. 집을 짓고 보니 자재비가 더 많이 들어가 적자를 본 것이다. 이런 그가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종종 고향에 장학금도 보내고, 지난해 매입한 청도 매전면의 땅 3천300여㎡를 사회봉사사업을 하는 일에 쓰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일이 밀려들어 하루도 쉴 날이 없는 홍씨는 "제 말대로 움직이는 목수'설비'전기 기술자들이 목표치보다 흡족한 결과를 내놓으니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죠"라며 겸손을 떨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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