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클릭하면 "OK"…초등학교 선거문화

입력 2008-09-02 06:00:00

투표소·용지 기표는 옛말

▲ 각 초등학교마다 학급 회장이나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피켓이나 벽보를 제작해주는 곳에도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각 초등학교마다 학급 회장이나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피켓이나 벽보를 제작해주는 곳에도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요즘 초등학교는 시끌벅적하다. 저마다 어린이회장 후보를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에 한창인 것. 더구나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후보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다니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문화를 들여다봤다.

◆전자투표 대세

학교에 투표 장소를 마련해놓고 용지에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찍는 시대는 갔다. 최근 대부분의 초교들은 전자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거 기간이 되면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를 하고 배너를 만든다. 배너를 클릭하면 전교어린이회장 후보들의 소견과 프로필, 사진 등이 올라와 있어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후보들의 면면을 비교해 보고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된 것.

강동초교 최미향 교사는 "투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그래픽 형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다 과거와 달리 결과가 곧바로 나오고 학생들 개개인이 투표장소로 가거나 개표나 집계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약은 실현 가능한 걸로

요즘 전교어린이회장이나 학급 회장 후보로 나오는 학생들은 학교 건의 사항이나 학생 복지 등을 공약으로 많이 내건다. 예를 들어 소모품인 축구공을 여유있게 확보한다든지, 운동장 활용 시간을 학년별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 또 반 대항 축구대회를 열거나 급식 때 우유 대신 요플레나 딸기우유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의견도 공약으로 자주 등장한다.

사대부설초교 신재석 교사는 "과거엔 축구공을 사주고 학교 앞 보도 블록을 새단장하거나 놀이시설 등을 증축하겠다는 등 학생 개인이 실현하기 힘든 공약이 많았지만 요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공약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무 공약' 선거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청림초교 6학년 배가영(12)양은 "요즘엔 인터넷에 올라온 공약을 약간 수정하다 보니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아예 공약을 걸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모습만 보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 임원에도 '여풍당당'

과거엔 '회장은 남자, 부회장은 여자'라는 인식이 짙었다. 하지만 최근엔 학급 회장이나 학교 회장에도 여풍이 거세다. 교사들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동도초교 김진애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회장이 여학생이고 5, 6학년 5개반 중 여학생이 4명이나 된다"며 "여학생들이 성장이 남학생보다 빨라 언변이 더 좋은데다 과거와 달리 여학생들도 리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산초교 홍효정 교사도 "예전엔 부모들이 '여학생이 뭐 그런 걸 하냐'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능력만 있다면 장려하는 편"이라며 "연설문 작성이나 피켓 등 전반적인 선거 준비에서도 꼼꼼한 여학생들이 완성도가 높다"고 했다.

◆돈 있어야 출마한다(?)

어린이회장 등 학교 임원에 출마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피켓이나 포스터, 연설문 등이 필요한 것. 과거엔 이런 것들을 직접 제작했으나 요즘은 많은 학생이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다.

POP글씨를 제작하는 김모(46·여)씨는 최근 피켓이나 포스터 등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 전화를 하루 평균 5, 6통 받고 있다. 김씨는 "요즘은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맞벌이 부모가 많아 직접 도구들을 만들 시간이 없어 대부분 주문하는 편"이라며 "보통 피켓 1개당 1만~2만원 정도로 한 학생이 피켓과 포스터 등을 모두 구입하면 1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연설문 대필도 적잖다. 한 편당 몇 만원에서 10여만원을 주고 전문가에게 원고 작성을 맡기거나 인터넷에서 연설문을 주문하기도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