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의 시사코멘트]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

입력 2008-08-30 08:13:25

이번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한은 뜻밖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다. 긴급히 다루어야 할 일도 없었다. 아마도 올림픽에서 분출된 중국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한국의 여론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는 뜻인 듯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정상 회담을 하고도 내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이미 5월에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를 충실히 하자는 약속이 두드러진 성과였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대로, 이제 두 나라는 "경제, 문화 중심의 양국 관계를 정치, 안보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이전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all-round cooperative partnership)'보다 한 단계 높다. 우리 시민들은 일단 이런 변화를 반기는 듯하다. 우리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국에 대한 의존이 빠르게 깊어졌으므로, 중국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징후들은 모두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이런 변화에 담긴 함의들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라들 사이의 관계에서 "전략적"이란 말은 군사적 측면을 포함한다. "정치, 안보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는 우리와 중국 사이엔 적절한 개념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 전쟁에서 북한을 도우려 한반도에 침입했고 한국과 미국이 중심이 된 국제연합군과 싸웠다. 한국 전쟁이 기술적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엄격히 따지면, 중국은 적국이다. 지금도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북한과의 군사적 동맹을 유지한다. 이런 상황과 전략적 협력을 과연 조화시킬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는 점점 대립적이 되어간다. 우리가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하게 되면, 우리와 미국 사이의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은 한미 동맹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제기할 것이다. 아무리 관계가 좋아졌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자유주의 동맹은 북한과 중국의 공산주의 동맹과 맞서고 있다. 한미 동맹은 특히 엄격한 제약들을 우리에게 부과한다.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일이 과연 그런 제약들과 양립할 수 있을까? 현 정권이 그런 문제들에 관해서 미국과 자세히 협의했는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장이 우리 안보의 핵심임을 생각하면, 이런 물음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점점 긴밀하게 해 온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바람직한가? 우리를 북한과 중국의 침입으로부터 지켜온 것이 미국과의 동맹이며 점점 거세지는 중국의 거센 영향력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데 미국의 도움이 긴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좋게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의 장기적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황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이 따른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호의적 접근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내치에 실패한 지도자는 으레 외교적 업적에 매달리게 되므로, 더욱 그렇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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