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논술짱은 책벌레…경북대 '모의논술' 최우수상 2人

입력 2008-08-26 07:28:52

영송여고 3학년 황예본양은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이 책 속 상황에 처했을 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다 보니 논술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영송여고 3학년 황예본양은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이 책 속 상황에 처했을 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다 보니 논술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달성고 3학년 김재익군은 공식을 무작정 외우기보단
달성고 3학년 김재익군은 공식을 무작정 외우기보단 '왜 그런 공식이 나왔을까'라고 생각하는 등 개념을 확실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논술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 중 하나다. 논술력은 짧은 기간에 글 쓰는 기술만을 배워선 쉽사리 늘지 않는다. 평소 지식과 작문력은 물론 사물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 사고 습관이 없다면 남들보다 뛰어난 논술을 쓸 수 없다. 2009학년도 정시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을 없앤 대학들이 많다. 하지만 수시에선 논술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게다가 올해는 수시 모집 인원이 정시 정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경북대 모의논술시험에서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논술 고수 학생' 2명을 만났다. 그들은 논술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문사회계 영송여고 황예본 양

인문사회계열 최우수상을 받은 영송여고 3학년 황예본(18)양은 '책벌레'다. 황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문학 위주의 책을 읽는 것이 취미였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교 도서관을 찾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이것도 부족해 황양은 일주일에 책을 3, 4권씩 보내주는 사설 대여서비스도 받아봤다. 심지어 중학교 때는 시험 기간인데도 교과목 공부하는 시간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방학 때는 공공도서관을 찾아 매번 갈 때마다 최대한 빌릴 수 있는 양의 책을 빌려봤다.

"일반 책뿐 아니라 성경을 자주 읽었어요. 성경은 어휘가 어려워 그 의미를 찾아보면서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성경 읽기'가 언어 영역 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언어 영역에서 별도로 준비를 많이 하지 않고도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인데 다 성경 덕분이에요."

황양은 초교 1학년 때부터 일기도 꼬박꼬박 썼다. 일기장 한권 한권을 모으는 재미에서였다. 보통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썼지만 그런 게 없을 땐 독후감이나 시 같은 것도 일기에 적었다. "일기를 쓸 때 일부러 길게 쓰려고 애썼어요. 글짓기나 논술의 경우 양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황양은 이런 것들이 자양분이 돼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매 학기 열리는 교내 글짓기대회에 참가하는 족족 입상을 했다. 중학교 땐 과학글짓기 대회에서 두 차례나 최우수상을 받았고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지난해 대구통일글짓기대회에서 상을 탔다.

그녀가 논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지난 4월쯤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하는 논술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다. 4개월 정도 수업을 들으면서 논술 기술을 많이 터득한 것. 그 전까진 교내 글짓기 대회가 있으면 틈틈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른 학생들의 글을 읽어본 정도였다. 그렇기에 이번 논술 최우수상 수상은 그녀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 황양은 "그 전까진 논술을 잘하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상을 받아보니, 수시 모집에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무작정 책을 읽는 것보다 항상 자신이 책 속의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책을 통해 상황 대처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고 작가에 대한 비평도 했다는 것. 신문의 사설과 칼럼도 자주 읽었다. 틈틈이 신문 사설 중 몇 개를 골라 정독했다는 것. 중학교 때부터 요약·정리하는 습관도 논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필기한 것을 참고서를 참조해 다시 종합해 요약·정리했다.

◆자연계열 달성고 김재익 군

자연계열 최우수상을 받은 달성고 3학년 김재익(18)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흥미가 많았다. 특히 우주의 비밀 등 지구과학에 관한 책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재미가 있다 보니 같은 책도 여러 차례 읽으면서 원리를 깨우쳤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난해한 과학잡지도 틈틈이 펼쳐봤다.

중학생이 된 뒤 김군의 독서 취향은 과학에서 다른 분야로 넓어졌다. 주로 추천서적 위주로 한 달에 최소한 세 권 정도는 꼬박꼬박 읽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뒤엔 꼭 독후감을 쓰는 습관을 길렀다. "A4용지로 대략 1페이지 정도 썼어요. 독후감을 쓰기 위해선 책 내용을 다시 훑어봐야 하죠. 같은 책을 두 차례 읽는 셈이 되죠." 처음엔 앞뒤 문맥도 맞지 않고 논리가 빈약했지만 김군은 독후감 쓰는 습관을 통해 점점 앞뒤 문맥도 맞고 논리정연하게 글이 변하는 걸 깨달았다. 그저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김군 또한 신문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집에 오면 화장실에 가거나 밥 먹을 때 눈길이 가는 기사를 골라 정독하는 것.

김군은 자연계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 파악이라고 했다.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그날 자습시간에 확실히 복습하고 필기내용을 훑어보면서 모르는 부분은 담당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등 꼭 짚고 넘어갔다는 것. "무조건 공식을 외우기보다는 '이 공식이 왜 나왔을까'를 항상 생각했어요. 생활 속에서도 '왜'와 '어떻게'를 많이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아지랑이 현상이 있을 때 원리가 궁금해 꼭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찾아봤죠." 이렇게 개념 파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어려운 문제도 쉽게 응용이 되더라는 것.

이번 논술에서도 문제가 다 수업시간에 나온 것이었는데 얼마나 개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특히 김군은 그림이나 그래픽을 이용해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김군은 "글 연습을 할 때 글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여러 번 자신의 글을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쳐보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윤정현 인턴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