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화의 음악 막들어보기] 록 들어보기②

입력 2008-08-25 06:00:00

80년대 중반 美전역 복고풍 바람…한스포코라 '희귀음반목록' 눈길

▲리노사가 86년 발매한 너겟 시리즈 1탄
▲리노사가 86년 발매한 너겟 시리즈 1탄 'The Hits'의 LP 자켓

한스 포코라(Hans Pokora)라는 오스트리아 사람이 만든 자료 중에서 이런 것이 있습니다. 레코드 컬렉터들은 물론, 마니아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인데, 전 세계에서 60~70년대에 발매된 음반 중 약 3천 여장을 추려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그 기준은 오로지 희귀성으로 오리지널 LP 음반(이 단어의 의미는 어느 뮤지션이 자국에서 처음 발매한 LP 음반으로 음반 자켓까지 온전한 상태로 보존돼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초판 발행뒤에 인기가 있어 또 찍어냈거나 세월이 흘러서 재발매된 것, 혹은 다른 나라에서 발매된 것은 포함되지 않습니다)만 대상이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80년대 중반부터 록의 본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불기시작한 복고풍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6070 혹은 7080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미국의 음반 제작사인 리노(Rhino)는 80년대 중반 재미있는 일련의 시리즈를 발매합니다. '너겟(Nuggets) 시리즈'라고 알려진 이 음반들인데 수록된 곡들은 대개 1960, 70년대에 활동한 무명들로 마니아라고 하더라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뮤지션들이 대부분 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간단한 장비를 갖춰놓고 사비를 들여 수십장에서 수백장까지 음반을 발매했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진 뮤지션들입니다. 그냥 음악이 좋아 연주를 하다가 '기념으로 음반이나 한 장 내보자'하고 작업을 한 뒤 주변 친지들이나 로컬 라디오 방송국에 몇 장 돌리고, 별 인기가 없자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너겟' 시리즈가 대 히트를 치면서 갑자가 '복고 광풍(復古狂風)'이 불었습니다. 또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음반들만 판매하는 LP 쇼핑몰도 수도 없이 생겼나게 됐고, 이들 음반들은 수십 달러에서 수천 달러까지 호가 하면서 컬렉터들은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 때 복고광풍이 불었는데 라디오와 TV에서 70~80년대때 유행하던 곡들을 들을 수 있고, '7080'이라고 이름붙인 라이브 쇼 주점이 급작스레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미 발매되지 않은 LP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때 제2의 김추자라고 각광을 받았던 신중현 사단의 김정미씨의 음반이 300~400만 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스 포코라의 이야기를 하다가 복고광풍으로 슬며시 옮겨왔습니다만, 아마 포코라의 이러한 작업도 60~70년대 음악을 그리워하고, 그 때의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일 것입니다. 포코라가 어떤 방법으로 이들 음반을 찾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우선 미국-영국 등 영어권 음반이 대부분이지만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또 개별 음반마다 자켓 사진을 다 싣고 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두리뭉실하긴 하지만 가격을 매겨두었다는 것입니다. 엽전처럼 생긴 구멍뚫린 동전 1~6개로 값을 매기고 있는데 6개짜리는 최소한 2천 마르크(한화 약 120만 원) 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반은 단 9장이 포함돼 있는데 과연 어떤 음반일까요? ^^

정지화 편집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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