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점휴업'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입력 2008-08-25 06:00:00

입주업체 19곳중 15곳 활동 중단

19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울진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3층. 하지만 몇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무실만 임대해 놓고 직원들을 상주시키지 않아 연구원 내부가 썰렁하다.
19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울진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3층. 하지만 몇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무실만 임대해 놓고 직원들을 상주시키지 않아 연구원 내부가 썰렁하다.

'황금 알'을 낳을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울진의 해양·바이오 산업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입주기업들은 생산공장 하나 없이 사무실만 임대해 놓고 있고 해양과학관 건립사업은 정부 사업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게다가 울진군은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기지 터를 장기 무상대부키로 해 '퍼주기식 행정'이란 비난까지 사고 있다.

정부와 경북도·울진군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국비 523억원, 도비 172억원 등 총 923억원을 들여 울진 죽변 후정리 해안가 16만㎡(5만여평)에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233억원, 체험형 해양과학관 496억원)와 해양연구원 동해연구기지(190억원)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울진을 해양바이오산업의 핵심 거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추진했던 경북연구원은 개점휴업 상태다. 입주해 있는 업체는 현재 19개에 이르지만 서너개 업체만 고작 한두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는 사무실 문이 잠겨 있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33m²에 월 15만원 수준인 사무실만 임대해 놓은 채 울진에서의 활동은 전무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울진군은 당초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벤처기업들이 대거 지역으로 들어오면 일자리 창출, 인구 증가, 경제 활성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울진에는 이들 업체들의 생산공장이 하나도 없다. 제품 생산 등 기업 활동이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실제로 A식품회사는 포항과 안동·영천 등지에서, B심층수 생산업체는 울릉도와 강원도 동해시에 생산라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계열인 C회사도 지역에서 수십년간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다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사무실만 남겨두고 공장 문을 닫았다. 더욱이 이들 업체 중 일부는 경북도와 울진군의 과제수행업체로 선정돼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연구비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0억원 정도의 연구원 운영비도 울진군이 3분의 2, 경북도가 3분의 1을 부담한다.

한 주민은 "기업이 공장을 짓지않는 것은 울진에서의 설비투자 자체가 경쟁력이 없거나 이미 다른 지역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결국 사업 자체의 기획이 잘못됐거나 입주업체 선정이 허술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양문화체험과 교육·관광 기능을 갖춰 관광객 유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북 체험형 해양과학관'은 아예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지난해 3월 해양수산부의 2007년도 BTL(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서 쓰는 방식) 일반 대상사업에서 제외된 것. 울진군과 경북도는 최근 사업내용을 전면 수정,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울진군이 비판적인 여론에도 9만9천㎡(약 3만평)가 넘는 부지를 20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한 게 문제다. 주민들은 "울진이 강릉·속초 등과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비교우위에 있었던 만큼 지나친 양보"라며 "1999년 울진원전 추가 건설을 수용하는 대가로 울진군이 정부에 요구한 14개 항목 가운데에도 이 사업은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의 활동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원측도 인정한다. 연구원측은 "유치활동에 호응하던 업체들도 장소가 울진이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면서도 "자연여건으로 볼 때 울진이 해양바이오사업의 최적지로 판단되는 만큼 기업보육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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