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함께하는 공동체 운동] 안동 유은복지재단

입력 2008-08-22 08:43:39

근로자들이 퇴근하기 싫어 우는 사업장이 어디 있을까? 출근 때면 좋아서 웃고…. 이 세상에 그런 직장이 없을 것 같지만, 정말 있다. 말 그대로 '잡(일자리) 유토피아'. 안동에 있는 나눔공동체 유은복지재단(nanum21.org)이 바로 그곳이다.

무공해 무농약으로 '초록이슬' 새싹채소를 정성껏 재배하고, 각종 행사에 쓰이는 현수막을 알뜰히 제작해 연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인 사원들의 월급을 나누는 나눔공동체 유은복지재단. 장애인들의 꿈의 일터인 이곳에서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이면 퇴근이다. 점심 시간은 2시간 20분. 정말 푹 쉬고 오후 일에 들어간다.

일찍 출근하면 구내식당에서 아침·점심·저녁 세끼를 다 공짜로 먹을 수 있다. 2년에 한번 10박11일씩 전원이 해외여행을 한다. 세상이 넓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다. 이탈리아·프랑스·러시아·이스라엘·동남아 등등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

여름수련회 장소도 5성급 호텔이다.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즐긴다. 평균 연봉이 3천만원 이상. 출퇴근용 승용차도 그랜저급이 수두룩하다. 1년에 두끼를 굶어 그 돈을 모아 북한 장애인 돕기 성금을 내는 등 어려운 이웃 돕기도 한다.

이곳은 바로 장애인들이 모여 사업을 하고 매출을 올리는 장애인 전문 직업재활사업장. 다시 말하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장애인 자립공장이란 이야기다.

14년 전인 1994년 청각장애인들을 모아 봉제공장으로 출발하면서 '나눔 그것이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장애인 일터 나눔공동체. 이 공동체가 10년 전인 1999년 안동시 남선면 현내리 6611㎡(2천평)의 부지에다 장애인 복지시설과 작업장 1488㎡(450평)을 마련한 뒤 최첨단 수경재배 설비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안기고 꿈과 용기를 북돋우는 요람으로 재탄생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청각장애, 지적장애(정신지체), 정신장애, 발달장애(자폐증), 뇌병변장애(뇌성마비), 시각장애, 언어장애, 지체장애 등등 갖가지 장애로 이 곳에 모인 70여명의 장애인들은 돈을 번다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게 된 것에 더욱더 감사해 한다.

하루하루 자신들이 기른 새싹으로 꿈을 키워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진무구. 배추·브로콜리·유채·순무·부추·적무·적양배추 등 형형색색으로 자라는 새싹들과 레이드오크·오사카보라·경수채·겨자 등 어린잎 채소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장애인들은 서로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수고 많아요'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E-마트와 서울 가락동농산물시장, 대도시 유명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 급식업체로 팔려 나가는 새싹들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감사해하는 이곳 장애인들. 하얀 위생모와 마스크, 위생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도 밝아 새싹도, 사람도, 사업체도 모두가 무공해라는 느낌이다.

유은복지재단이 왜 '꿈의 일터'인지를 이해하게 됐다. "봉제공장이 중국산 의료에 밀려 사업성을 잃게 되면서 당시 80여명의 장애인들이 당장 굶게 되었지요. 그래서 생수공장과 식품업체 등 여러 새 일감을 찾다가 한 사람이라도 더 일할 수 있는 새싹공장을 하게 됐습니다. 다들 너무 열심이고 일을 참 좋아해요."

재단대표인 이종만(55) 목사는 성경 이야기를 동화책 읽어 주듯 설교해 정감이 넘친다. 그 때문에 자칫 용기를 잃거나 우울해질 우려가 높은 장애인들에겐 이 목사의 성경이야기가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등대불이다.

또한 초교 선생님처럼 장애인 직원들을 여린 어린아이 대하듯 하며 생산라인을 이끄는 부인 김현숙(50)씨도 마찬가지. 장애인들과 오순도순 가족처럼 사는 이들 부부는 오십이 넘도록 자녀를 두지 않았다. 행여 친자식 사랑이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까봐서다. 온종일 이들은 장애인 가족들이 서툴지만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애를 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정직하다 ▷나는 부지런하다 ▷나는 참을성 있다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매일 외치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구호는 요즘처럼 게으르고 나약한 비장애 현대인들에게도 훌륭한 생활신조로서 손색이 없다.

사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인정받아 노동부로부터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유은복지재단은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도 '장애인 생산품 인증 전국 1호'로 지정되기도 한 전국의 대표적인 최우수 공동체로 손꼽힌다. 054)858-9956.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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