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벌집, 조용히 피해가는게 '상책'

입력 2008-08-21 14:12:40

지난 4일 구미 도개면에서 50대 부부가 벌들의 공격을 받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장갑·보안경·안전모 등 보호장구 없이 주택 처마에 매달린 벌집을 제거하려다 '봉변(蜂變)'을 당한 것.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하마터면 큰 일을 당할뻔했다.

벌에 쏘여 곤란을 겪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해 8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손자 손녀에게 달려든 벌을 쫓던 60대 할머나기 벌에 쏘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벌집이 있는 나무 밑을 지나던 손자 손녀에게 말벌 떼가 달려들자 할머니가 급히 달려가 겉옷을 벗어 아이들을 감쌌다. 이후 수십마리의 벌떼 공격을 받았고 머리와 팔 등 80여곳을 쏘였다는 것.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할머니는 2시간 만에 알레르기성 쇼크로 숨졌다.

▲때 이른 벌떼들의 '습격'

올해에는 예년보다 때 이르게 벌떼들이 극성을 부려 주민들은 물론 성묘객,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벌과 관련된 민원은 지난 달 171건, 8월 들어서는 13일까지 무려 315건에 이르고 있다. 예년에는 장마가 끝난 뒤인 8,9월에 벌떼의 공격이 집중됐지만 올해엔 20여일 정도 앞당겨졌다는 게 소방본부의 분석.

소방본부는 "올해는 7월부터 벌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 한달 동안 경북에서 모두 44명이 벌떼에 쏘여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평균 출동건수가 20~30건에 이를 정도로 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에서는 구미·안동·경주·상주 등지에서 벌떼들이 유달리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시소방본부 역시 올들어 벌떼로 인한 출동건수가 68건에 이르며, 벌에 쏘인 환자도 2명이나 발생했다.

벌떼들의 활동이 예년보다 이른 데 대해 소방방재청은 올해 경우 장마기간이 짧았고, 상대적으로 더위가 빨리 찾아와 벌의 개체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 곤충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영역이 야생벌의 서식지인 외곽지역으로 확장된 까닭"이라며 다소 상이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살벌한 말벌

부산에서 말벌에 쏘여 숨진 할머니의 사례에서 보듯 가장 경계심을 가져야 할 벌은 바로 말벌. 말벌은 꿀벌 550마리의 독성을 지니고 있어 수십 번을 쏘였을 경우 심장쇼크로 숨질 우려가 매우 높다. 장마철이 지나고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8,9월에는 주택가에 말벌 떼가 자주 출몰한다.

말벌의 번식기는 4월부터 초가을까지이지만 8,9월 두달 동안 번식이 가장 활발한 탓. 특히 주택가 처마 밑은 직사광선과 비를 피할 수 있어 말벌떼가 집터로 선호한다. 도심은 천적인 조류가 산속과 비교해 적다는 점도 말벌떼가 주택가로 파고드는 이유다.

농업진흥청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말벌의 발육 기간이 짧아지고, 천적인 조류가 줄어들면서 벌떼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말벌의 증가로 양봉업계도 울상. 한국양봉협회는 "육식성인 말벌은 유충 등을 잡아먹기 위해 꿀벌을 죽이기 때문에 매일 말벌의 공격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서고 있다"며 "기온이 뚜렷하게 상승된 4년여 전부터 말벌의 활동시기가 늘어나면서 개체수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말벌 등 독성이 강한 벌의 습격에 대비, 경북도소방본부는 산하 120개 119구급대에 항히스타민제(벌침 알레르기 반응억제제)와 생리식염수 등 필수의약품과 장비점검을 긴급 지시하고 나섰다.

▲자짓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벌(양벌)이나 땅벌, 말벌에 쏘이면 위험하기도 하지만 심한 통증이 수반된다. 처음에는 쏘는 듯이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약간씩 부어오르면서 시리게 되는데 대개는 응급처치로 해결 된다. 그러나 간혹 일부에서는 침독에 과민반응을 보여 갑자기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많이 쏘이면 침독이 쌓여 위험해 진다. 입안이나 입 주위, 목부위를 쏘이면 숨길을 막을 수 있으므로 매우 심각질 수도 있다. 벌집을 발견했을 때에는 조용히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벌에 쏘인 후 2시간 정도는 그늘 등에서 쉬며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의식이 몽롱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벌에 쏘이면 숨이 가쁘고 쇼크로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심한 경우 산에서 채 내려오지도 못해 참변을 당하는 일이 있는 만큼 혼자 성묘 등 산에 오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더욱이 말벌은 침이 떨어져 나오지 않은 채 계속 쏘아대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어서 빨리 도망쳐 공격을 피하는 게 최선책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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