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 힘드셨죠!…대구, 열대야·기상이변 잦아

입력 2008-08-20 09:18:03

여름 보내기가 너무 힘겹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밤마다 강변을 어슬렁거리거나 공원, 산 등지를 찾다 보니 잠이 부족해 전에는 없던 두통까지 생겼다는 이도 있다.

올여름 대구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현재까지 24일. 7월과 8월의 절반 정도가 열대야였다. 김도형(48)씨는 "기후가 바뀌어도 너무 바뀐 것 같다"며 "어렸을 때 꽁꽁 얼어붙은 금호강에서 썰매를 지치기도 했는데, 겨울에 강이 언 것을 본 게 10년도 훨씬 넘었고 제비를 못 본 지도 한참 됐다"고 말했다.

◆생태계가 변한다=홍수, 가뭄, 태풍, 폭염 등이 증가하고 식생의 북방한계선이 북상하는 등 자연계 혼란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밤새 시끄럽게 울어대는 '말매미'와 대구 신천변을 새카맣게 뒤덮은 채 극성을 부리는 '동양하루살이'는 기온 상승이 빚어낸 대표적인 변화상이다. 영남고 조민호 생물교사는 "'지하집모기'라는 새로운 변종이 출현하고 깔따구의 몸 크기가 점점 커지는 등 위생곤충(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들의 변화에서 지구온난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남해안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했던 차나무를 대구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큰 변화다. 동백나무, 사철나무, 왕대(대나무과), 가시나무 등도 도심에서 겨울을 난다.

대구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점점 상승해 1960년대에는 영하 1.7℃였지만 2000년 이후에는 영상 1.42도까지 상승했다. 환경부는 "1906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는 0.7도 오른 데 비해 한반도 기온은 1.5도가 올라 지구 평균의 2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한반도가 아열대로 진입했다는 일부 학자들의 학설은 부풀려진 것"이라며 "정확하게 말하자면 냉온대 지역에서 난온대 지역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습관도 변했다.

기상이변은 사람들의 생활습관까지 바꿔놓고 있다. 여름철 무더위, 따뜻한 겨울, 예고 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대처하는 법을 생활 속에서 터득해가고 있다.

여름철 우산이 필수 소지품이 됐거나 열대야를 피하려는 올빼미족도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풍경이다. 1900년대 초반(1909~1920년)만 해도 대구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3.9일에 불과했지만 지난 10년(1999~2008년) 동안 열대야 일수는 평균 14.2일로 3.5배나 됐다.

보건분야에서도 기상이변의 영향은 감지된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열병 등 폭염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최근 10년(1994~2003년) 동안 2천127명이 사망했고 말라리아 환자는 1994년 5명에서 2006년 2천51명으로 늘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50년 한반도 평균 기온은 2000년보다 3도, 2080년에는 5도가량 상승할 것이며, 강수량도 각각 17% 정도씩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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