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전자입찰제' 구멍 뚫렸다

입력 2008-08-19 09:30:44

관급공사 사업권의 공정 발주를 위해 도입된 조달청의 '전자입찰제'에 구멍이 뚫렸다. 일부 건설업체들이 서로 짜고 여러 회사 명의를 돌려가며 응찰하는 수법으로 관급공사를 부정 낙찰받아 나눠먹기를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천세)는 18일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업자들과 짜고 공사를 부정 낙찰받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기소된 건설업자 Y(44·경기)씨를 구속했다.

Y씨는 2003년 3월 조달청이 발주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의 하수도 정비공사 전자입찰에 참여하면서 미리 공모한 건설업체들의 명의로 또다른 입찰가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1억2천만원 상당의 공사를 낙찰받는 등 2005년 12월까지 79차례에 걸쳐 총 127억원 상당의 관급공사를 부정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Y씨와 공모, 같은 수법으로 부정 낙찰받은 건설업체 관계자 47명을 지난해부터 입건, 이중 11명을 구속했다. 건설업체 카르텔은 2006년 1월 경북 청도군의 한 하수관거 정비사업에서 탈락한 업체의 진정으로 2년 만에 전모가 드러났다. 이들은 공모를 통해 전자입찰제를 쉽게 무력화시켰다.

구속된 Y씨 등이 운영하는 업체를 비롯해 경기지역 30여개 중소건설업체들은 '경전회(경기지역전문건설업회)'라는 이름으로 친목 모임을 결성, 조직적으로 부정 낙찰행위를 해왔다.

이들은 먼저 조달청 전자입찰 창구인 '나라장터'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각 회사별 공인인증서와 패스워드를 공유했다. 전자입찰이 시작되면 1개 업체가 '경전회'소속 회사들의 명의로 여러 개의 입찰가를 입력,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했다. 또 부정 낙찰받은 공사 수익 중 7~9%는 명의를 빌려준 업체에 주고, 실제 공사는 또다른 업체가 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소 건설업자들이 난립해 공사수주가 어려워지자, 이 같은 수법으로 불공정게임을 벌이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조달청이 2005년부터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한 개 PC 또는 동일 IP로는 응찰을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자, Y씨 등은 PC방이나 다른 업체와 연락해 응찰케 하는 식으로 수법을 바꿨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전국을 무대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관급공사 79개를 부정 낙찰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10억원 이하 소액 관급공사 경우 투찰자가 수백명에 이르기 때문에 특정업체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업체들이 짜고 응찰하면 가려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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