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의문이 발명왕 만들었죠"
하은아(40·여·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아들 김명준(11·경대사대부설초교 5학년)군에게 어렸을 때부터 '왜 그랬을까?'란 질문을 자주 했다. 과학에 흥미를 가진 남편 또한 과학은 '왜?'라는 물음표로 시작한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했다. 그렇게 부모가 과학적 호기심을 심어준 덕분에 명준이는 발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지난 7월 열린 제3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초등부 과학완구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하씨는 돌을 갓 넘긴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유태인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유태인의 역사인 성경을 많이 읽어주잖아요. 우리 아이도 무엇보다 주체성이 필요한 것 같아 국사나 세계사 중심으로 책을 많이 읽어줬죠." 최소한 하루에 2시간은 책을 읽어준다는 원칙을 세우고 많게는 6~8시간이나 책과 함께했다. 그러면서 '왜 그랬을까?'라며 이야기를 꺼내고 명준이는 또 '왜 이렇게 됐어요?'라며 대화를 이어갔다는 것.
"명준이가 네살 때부터 뮤지컬 '명성황후'를 매년 보러 갔죠. 처음엔 장면만을 이야기하다 2, 3차례 반복적으로 보니까 배경이나 흐름, 일본과 관계까지 말하더라고요. 무엇이든지 파고드는 성향이 생기더군요."
하씨의 집엔 장난감 '레고'로 가득하다. 레고가 지능 발달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에 사주기 시작한 것이 이젠 명준이에게 빼놓을 수 없는 취미가 된 것. "처음엔 완성하기까지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같이 앉아서 설명서를 보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점차 설명서와 다르게 스스로 만들어내더라고요. 창의성이 생긴 거죠. 네살쯤부터 정말 어렵다 싶은 레고시리즈도 혼자서 거뜬히 만들어냈어요."
명준이가 발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아이디어로 낸 '수평잡기 실험기구'를 담임 선생님이 좋다며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던 것. 그때부터 원리 탐구에 들어가 4개월 후 완성한 발명품이 지난해 대구시교육감배 학생발명경진대회에서 동상으로 결실을 봤다. "그때부터 발명에 눈을 뜨더라고요. 발명이 무척 편리한 것을 만들어내고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는지를 깨달은 거죠. 집에 있을 때도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더라고요."
7월 학생과학발명품 대회에서 상을 받은 작품은 지난 설날 때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연히 친척들과 봉사활동을 갔고 그곳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학생들과 윷놀이를 하던 중 그 학생들이 뭐가 나온지 확인하려고 손을 계속 쓰더라는 것. 그러다 보니 게임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불편을 없애겠다는 생각에 시각장애인들은 소리에 민감하니까 소리를 내는 윷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 3월부터 학교 선생님과 작업에 들어갔다.
"4개월 정도 고생을 했어요. 원리 탐구와 발명 작업으로 보통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더라고요." 하씨는 명준이가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직접 느끼면 발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여러차례 시각장애인학교인 대구광명학교도 찾아가고 장애인단체로부터 각종 자료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시각장애우와 함께하는 윷놀이'였다.
"발명 작업을 하면서 아이가 탐구심과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또 아이디어를 내서 작품으로 완성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런 고비들을 넘기면서 끈기도 많이 생겼죠. 결국 그런 것들이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하씨는 아이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욱더 자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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