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꺾어라" 세계양궁협회 음모 있다? 없다?

입력 2008-08-16 06:00:28

한국 양궁은 강하다. 최강을 넘어 극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강한 존재는 늘 질시와 시기를 받게 마련. 최근 인터넷에는 한국 양궁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세계양궁협회(FITA)가 수시로 경기 규정을 바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사실일까.

양궁 대회의 경기 규정은 계속 변화해왔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984년 LA올림픽까지는 더블 피타라운드 방식으로 대회를 치렀다. 남녀 모두 4가지 거리에서 각각 36발씩 144발을 두 차례 쏘는 것.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싱글라운드로 순위를 가리는 그랜드 피타 라운드 방식을 채택했다. 다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해 70m에서 36발씩 두번 쏴 순위를 가린 뒤 64강부터는 1위-64위, 2위-63위 등으로 1대1 토너먼트를 벌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예 64강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를 치르도록 했고, 단체전 발 수도 27발에서 24발로 줄였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점점 차단해온 셈.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경기 규정의 변경이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살 숫자를 줄일수록 한번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에 성적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한국 선수들이 당일 컨디션에 따라 토너먼트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체전의 경우 한국 선수들은 3명 모두 톱클래스의 실력을 지닌 반면, 외국은 실력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발수를 줄일수록 차이가 줄어들고 승부를 장담하지 못하게 된다.

외국의 활 제조업체에서 한국에 활 공급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원래 경기용 활은 미국 호이트사와 일본 야마하사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미국의 활 제조업체인 호이트사에서 한국에 대해서만 활 공급을 중단했고, 미국팀이 남자 개인, 단체 부문을 석권했다는 얘기다. 이후 국산 활 제조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경기용 활 시장 점유율을 40%대까지 올렸고 야마하사는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 규정의 변경은 단조로운 양궁 경기를 TV 중계에 맞도록 박진감있게 바뀌었을 뿐, 한국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 각 경기 관람에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단체전에서 발 수를 줄인 것은 팀 간의 실력 차를 줄여 경기의 흥미를 더하고 규정 시간을 40초에서 30초로 당김으로써 연결 시 지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활은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활 수입업체의 실수로 신제품 도입이 늦었던 탓이 크다. 더구나 초·중학교에서 팀 창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장비를 이용토록 하면서 국산 활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덕용 대한양궁협회 대구시지부 전무이사는 "양궁 경기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하게 규정이 바뀐 것은 맞지만 반드시 한국을 견제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한국 양궁의 특출함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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