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이배영 '투혼'에 중국 관중들 박수

입력 2008-08-13 08:33:09

'메달을 눈앞에 두고서…' 지역 역도 선수들이 잇따라 메달을 눈앞에서 놓치며 아쉬움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쾌조의 컨디션으로 메달권 진입은 물론 금메달까지 바라봤다.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69㎏급에 출전해 인상 155㎏을 들어 올려 랴오 후이(중국·158㎏)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메달 전망은 밝았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84㎏을 신청, 경기에 나설 때만 해도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이배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기대대로 이배영은 가볍게 역기를 들어 올렸으나 순간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왼쪽 다리에 갑자기 경련이 일어났기 때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이배영은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고 대기실로 향했다.

과연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이배영은 응급 처치를 받고 2차 시기에 나섰다. 1차 시기보다 2㎏을 올린 186㎏을 신청,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2차 시기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배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수로 응원하는 관중들 앞에서 3차 시기에 도전, 힘차게 역기를 들어 쇄골에까지 걸쳤으나 왼다리 통증 탓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앞으로 넘어지며 미끄러졌지만 이배영의 손은 끝까지 바를 잡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줄 모르는 이배영의 투혼에 중국인 관중들은 경기장을 울리는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잠시 후 일어난 이배영은 특유의 미소로 관중들의 응원에 감사를 표했으나 대기실로 돌아가면서는 탄식을 터뜨리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그의 공식 기록은 'DNF(Did Not Finish-마무리 실패)'.

이배영은 "첫번째 시도 뒤 왼쪽 다리에서 갑자기 쥐가 났고 오른쪽 다리도 불편해져 이후에는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었다"면서도 "도중에 포기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로 남을 것 같아 경기를 계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 전에는 이번이 마지막 국제 대회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이후 계획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불운에 운 것은 대구 서부공고 출신인 여자 역도 48㎏급의 임정화(22·울산시청)도 마찬가지. '한국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임정화는 9일 대만의 천웨이링과 같은 무게(합계 196㎏)를 들고도 채 1㎏도 되지 않는 몸무게 차이(510㎏) 때문에 동메달을 놓쳤다. 첫 올림픽 출전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었으나 행운의 여신이 맞아주지 않은 것.

인상 86㎏, 용상 110㎏, 합계 196㎏를 들어 올려 6월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인상 85㎏, 용상 106㎏, 합계 191㎏)을 새로 쓴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임정화는 "한국 신기록을 냈기 때문에 괜찮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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