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여름방학 댁의 자녀는 괜찮습니까?

입력 2008-08-12 06:00:27

▲ 지난 7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남구보건정신센터가 공동으로 인터넷의 올바른 사용을 가르치기 위해 열린 인터넷 쉼터캠프의 모습. 사진 제공:한국정보문화진흥원
▲ 지난 7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남구보건정신센터가 공동으로 인터넷의 올바른 사용을 가르치기 위해 열린 인터넷 쉼터캠프의 모습. 사진 제공:한국정보문화진흥원

최근 김모(40·여)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초교 5학년인 아들이 인터넷에 빠진 것 같다며 전문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학교에서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고 신경질적이라 친구들과 자주 다투며 성적도 상위권에서 점차 중·상위권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김씨는 "평소 인터넷을 좀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까지 올 정도로 심각할 지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학기 중보다 여유가 많은 방학은 아이들을 유혹한다.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심심함을 달래려고 온라인 게임 등을 하다 서서히 그 재미에 빠져들면서 인터넷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방학 기간에 자칫 자녀들이 인터넷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 인터넷에 취약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전국 5천500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인터넷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은 고위험사용자군(인터넷중독 성향이 매우 강한 집단) 2.3%, 잠재적위험사용자군(인터넷중독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집단) 12.1%로 전체 조사대상자의 14.4%가 인터넷중독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이 6.5%(고위험 1.4%, 잠재적위험 5.1%)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인터넷 접근성이 높고 자기 조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말하고 있다. 남구정신보건센터 이보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성인들은 자기 직업이나 일이 있어 인터넷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반면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 등을 마치고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며 "더욱이 자기 조절력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 게임 등 인터넷 재미에 빠지면 쉽게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중에서도 중학생의 인터넷 중독 비율이 높은 편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3월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들의 5.4%(고위험 1.3%, 잠재적위험 4.1%)가 인터넷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6.5%(고위험 1.6%, 잠재적위험 4.9%)로 초등학생 4.5%(고위험 1.3%, 잠재적위험 3.2%)와 고교생 5.8%(고위험 1.1%, 잠재적위험 4.7%)보다 높았다.

시교육청 이상근 장학사는 "초교생은 부모의 통제력이 미치는 시기이고 고교생은 입시로 인해 시간이 많지 않은 반면 중학생은 사춘기를 겪는 나이라 새로운 놀이 문화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며 "과거엔 중·고교 학생들이 인터넷 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초교 5, 6학년~중학교까지로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부모 영향 절대적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인터넷에 빠지는 원인 중에 '부모의 영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나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 태도에 대한 불만을 게임 등 인터넷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고3인 이모(18)군은 성적이 상위권이라 부모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부모는 이군의 의향은 묻지 않은 채 스케줄을 직접 짜는 등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부모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사생활을 간섭했지만 정작 아들은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고2 때부터 인터넷 게임에 빠지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PC방에 가서 밤을 새는 일도 생겼다. 점점 성적이 떨어진 이군은 갑자기 고2 여름방학 때부터 학교를 안 가겠다고 버텼다. 결국 부모는 상담을 통해 아들이 강압적인 양육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턱대고 인터넷을 즐기는 자녀의 행동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도 위험해질 수 있다. 중2 아들을 둔 김모(47)씨는 지난 겨울방학 때 아들이 한 달 동안만 게임을 하겠으니 허락해달라고 부탁해 덜컷 허락해줬다. 하지만 아들은 방학이 끝났는데도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나중엔 아버지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게임을 '조건'으로 내거는 정도가 되면 상당 부분 중독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보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자녀가 컴퓨터를 되도록 빨리 접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부모의 착각"이라며 "컴퓨터를 자녀가 처음 접할 때부터 지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컴퓨터는 가족이 공유하는 장소에 둔다.

▷방과 후 할 일을 먼저 한 뒤에 컴퓨터를 켠다.

▷학습이나 과제 수행을 위한 컴퓨터 활용을 많이 한다.

▷하루에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미리 정해둔다.

▷특별한 목적 없이 인터넷에 1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컴퓨터 사용 시간과 내용을 컴퓨터 사용 일지에 기록한다.

▷유해정보로 의심되면 열지 말고 바로 지운다.

▷인터넷을 하면서 식사나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 때문에 취침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인터넷 이외의 취미 생활, 운동, 문화 활동을 늘린다.

▷인터넷 사용시간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자녀와 협의한다.

▷부모도 컴퓨터에 대해 알고 인터넷을 활용하도록 한다.

▷자녀의 학습을 돕는 긍정적인 인터넷 사용을 격려한다.

▷부모가 자녀의 인터넷 사용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자녀 스스로 인터넷 사용시간 조절이 어려울 경우, 시간관리 소프트웨어 장치를 설치해 준다.

▷부모는 평소 자녀의 생각이나 고민에 대해 관심을 보여준다.

▷자녀의 인터넷 사용으로 생활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되면 전문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도움말·한국정보문화진흥원 고영삼 팀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