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귀환 움직임, 우리 경제 영향은?

입력 2008-08-11 09:07:03

'강한 달러 시대'가 2001년 이후 7년만에 다시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면서 달러가 기력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된 전세계 투기자금이 달러화 강세에 따라 원유·원자재 등 상품시장에서 탈출, 달러화쪽으로 기수를 돌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일쇼크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도 생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게돼 물가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강(强) 달러의 귀환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는 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유로에 대해서는 8년만에 최대 강세였다.

이날 달러는 유로당 1.499달러까지 떨어지며 초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월27일 이래 최저치며 가치 상승률로는 2000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준. 유로화는 한달여 전만해도 유로당 1.60달러를 넘었다. 한달만에 유로화는 10센트 이상 하락, 지난 2월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다. 지난 8일 110.21엔에 거래돼 1주간 2.3%나 가치가 상승했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지수는 8일 하룻동안에만 1.6%나 올랐다. 2002년 7월 이래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한 달러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 증시도 지난 주말 큰폭으로 상승했다.

◆달러, 왜 강해졌나?

유로, 엔화 등에 대한 달러화 강세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유럽과 일본 경제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 산업수주가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 경제의 성장세가 3/4분기 특히 약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췄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통화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유럽, 일본의 경기가 하강하면 이 지역 중앙은행들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최소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유로화, 엔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국제 유가가 지난 3개월간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다수의 자금이 달러 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달러 강세의 원인이 됐다.

◆우리 경제엔?

달러화의 가치 상승은 원유,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 몰린 투기자금을 달러화나 미국 주식시장 등으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쇼크'는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등 에너지 수입물가 때문에 경상수지 악화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큰 위안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게 돼 수입 물가 상승세는 이어진다. 물가 부담이 계속되는 것이다.

실제로 11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주에 비해 1.9원 오른 1천29.8원에 거래를 시작, 오전 10시를 넘어서면서 1천34.4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7일(1천42.90원)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외환당국의 '환율 낮추기' 개입도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외화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금융회사나 기업들의 '외화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