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차남이 성공하는 이유

입력 2008-08-11 06:00:07

▲김은지 소장
▲김은지 소장

한결같이 부모들은 말한다. 차남은 눈치 빠르고 알아서 척척 잘하니 입댈 게 없는데, 맏이는 본성은 순한데 매일 실수를 밥 먹듯 하니 걱정이라고. 단지, 우리 집만의 일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전 세계 80~90% 가정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미 100년 전 오스트리아 정신과의사 아들러는 출생순위가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접근방식이 달라서다. 맏이 때는 부모도 생속이라 조금만 아파도, 약간만 실수해도 노심초사 불안하다. 반면에 차남은 장남 키우다 보면 절로 크는 듯하고 융통성도 십분 발휘된다.

두 번째 원인은 이름 대신 '형, 누나'라는 호칭을 계속 듣다 보면 성격이 달라진다. 역할분담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때문에 맏이적 성격이 더 강해진다.

이런 맏이에 비해 차남은 입장이 다르다. 형의 약점을 찾고, 형이 실패한 것을 달성함으로써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차남은 형의 잦은 실수와 혼쭐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처신을 실시간 학습하는 데 비해, 장남은 앞선 모델이 없으니 실수를 매번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장남이 하해와 같은 부모 사랑을 알고 있기에 딜레마-자신의 욕구와 부모의 기대-에 빠져서 아무것도 선택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가는 동안, 차남은 애교도 부리면서 자기주장 또한 확고하게 밀고 간다. 부모 또한 차남에게 더욱 너그럽다.

그렇다면, 장남의 타고난 가능성을 활짝 열게 하는 솔루션은 무엇일까.

첫째, '비교'는 그만 하고 '성장'을 인정해 주자. "동생은 잘하는데, 넌 왜 그래?"라고 비교하지 말고 "어제보다 빨라졌네." "지난주보다 방 정리 잘했네. 나도 기분 좋다."라며 그 아이 나름의 성장을 인정해 주자. 사람은 전보다 좋아졌다고 느끼면 용기가 솟고 더 잘하고 싶은 법이다. 둘째, 형의 서열을 지켜 주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자. 먹을 것 하나도 차등을 주어 좀 더 준다거나 동생 보는 앞에서는 절대로 야단치지 않아서 형의 위신을 세워주는 등 의무보다 맏이다운 권한을 부여해줘야 한다.

자! 이제 지금의 장남 성격의 절반은 부모 탓임을 알았으니 장남이 타고난 역량을 신나게 발휘하길 원한다면 사랑이란 이름의 독 -과욕, 대리만족, 보상심리-을 절제하자. 소신 있는 장남들 중에서 점점 더 많은 위인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김은지(경산시청소년지원센터·문화의 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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