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소들] 경북대 방재연구소

입력 2008-08-11 06:00:39

"대구 재난위험률 제로가 목표입니다"

해마다 영남대 독도연구소만큼이나 바쁜 연구소가 또 있다. 경북대 방재연구소(소장 한건연 토목공학과 교수). 불(火)과 유독 좋지 않은 인연을 가진 대구의 특성 탓이다.

지난 6일 연구소를 찾았을 때도 홍원화 교수(건축학부)와 연구원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불과 씨름하고 있었다. "예전엔 자연재해를 그냥 자연의 섭리로 치부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있나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지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상인동 가스폭발 대참사 이후 각종 재난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방재연구소는 이후에도 대구지하철방화 대참사, 서문시장 화재 등 많은 재난과 싸워야 했다. 홍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큰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방재분야의 연구력은 한층 더 올라갑니다. 경북대 방재연구소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도 이러한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스갯소리로 만약 숭례문이 대구에 있었더라면 그처럼 허무하게 불에 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그동안의 안타까운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원군 삼아 다양한 재난에 대한 대비책을 연구해온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실제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연구소로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물로 내놓은 것들이 현재 지하철 역사 곳곳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벽면과 천장에 있던 유도등이 바닥으로 내려왔고 어두우면 빛을 발하는 타일인 촉광타일이 역사 내부에 등장했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역사 입구에 물이 쏟아져 차단벽을 만드는 수막시설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 설치됐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시설이라고 했다.

"자연이 만든 재해보다 사람에 의한 재난이 더 무서워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연구소는 요즘 인간의 광기를 어떻게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지공학 또는 예측공학 분야로 연구방향을 맞춘 것이다.

올해는 '물' 때문에 무척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홍 교수는 "대구를 재난위험률 제로에 가까운 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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