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조합·음악 일치가 핵심"…불꽃연출가 서경만씨

입력 2008-08-08 09:02:14

"밤하늘이 저의 화폭인 셈이죠."

요즘 한여름 밤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불꽃. 단순한 화약폭발이 아니라 예술적 안목으로 연출한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불꽃연출가 서경만(31·파이로컴 대표)씨. "오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보듯 불꽃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은 약 3천여가지. "이 많은 불꽃화약을 어떻게 조합하고, 음악과 일치시켜 밤하늘을 수놓느냐가 불꽃 연출가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음악에도 느낌이 있듯이 불꽃에도 느낌이 있다"고 강조했다. 분수불꽃, 모란(둥근 모양의 불꽃), 국화(원을 그리는 큰 불꽃), 수상연화(부챗살 모양으로 물에서 쏘는 불꽃) 등 색과 모양, 어디서 쏘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음악을 곁들이면 감동적인 불꽃이 연출되는 것이죠."

화약의 가격도 천차만별. 1발에 5천만원짜리에서부터 100원짜리도 있다. "일반적으로 1시간 쏘면 10억원이 공중에 날아간다"며 "서울, 부산과 포항 등에서 열리는 행사들이 그렇다"고 했다. 보통 5분 정도 쏘는 행사는 200만~300만원 정도. 그러나 그것도 화약의 품질에 따라 또 다르다.

그가 불꽃의 매력에 빠진 지도 10년이 넘었다. 대학(경북대 농학과)을 졸업한 후 화약을 취급하는 형님의 권유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동안 참가한 공연만도 1천여회. 수원 화성문화제, 유람선에서 불꽃을 쏘는 부산 크루즈불꽃놀이 등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는 불꽃으로 청혼을 했고, 또 헤어질 위기의 연인을 불꽃으로 맺어주는 등 불꽃같이 살고 있다. "불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또 "불꽃이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불꽃놀이를 볼 때 사람의 뇌파를 측정했더니 기뻐서 무아지경에 이를 때 뇌파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원하게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을 보며 잠시 근심걱정을 잊고 빠져드는 것이 바로 그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의 명함에는 영문으로 된 문구가 있다. 한때 전쟁에 참여했던 폭약개발자가 쓴 글이다. '포탄의 폭발이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면, 불꽃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모닥불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사람의 기본 심성"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 때 다연발 로켓인 신기전을 개발할 정도로 뛰어난 화약기술을 가진 한국이 불꽃놀이에 무관심한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중국과 일본은 불꽃 연구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불꽃놀이의 최고를 선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기능공의 위치. "체계화된 용어사전도 없고, 불꽃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매년 안동에서 열리는 선유줄불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은은한 불꽃이 강물 위를 따라 올라가는 한국적인 이미지의 불꽃놀이다. "논문을 쓰고 싶을 정도로 독특합니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 불꽃놀이 경연대회에 가장 한국적인 불꽃놀이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멀티미디어 불꽃 연구에 빠져 있다. 음악과 조명, 워터스크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연계된 불꽃놀이다.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 메시지가 담긴 불꽃놀이, 소통하는 불꽃놀이가 꿈"이라고 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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