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전직 선수들 모여 '체육 봉사'

입력 2008-08-07 13:57:53

열정적인 체육인들의 모임 '열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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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체육인들의 모임'은 전직 운동선수들의 동호회다.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온다. 태릉선수촌에서 많은 선수들이 메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혹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이 여름을 뜨겁게 보내고 있는 체육인들도 부지기수.

그렇다면 그 많은'선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 올림픽을 달구었던, 또는 시도체육대회를 뒤흔들었던 선수들 말이다.

'열정적인 체육인들의 모임(이하 열체모)'은 전직 운동선수들의 모임이다. 2006년 6월, 20여개 종목의 전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기를 살려'뭔가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운동선수 생활을 마치면 다시 활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래도 우리 재능을 썩힐 수는 없잖아요. 함께 모이니 좋은 일도 할 수 있고요."

열체모 회원들은 35명.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원하는 곳에 가서 자신들의 종목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장애인들과 함께 등산을 하는 등 열심히다.'돈으론 못하더라도 몸으로 하는 봉사는 자신있다'고 한다.

보통 한 종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호회는 많지만 이렇듯 20여개나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뭉친 동호회는 대구경북에 유일하다시피 하다. 하지만 이들은 만나면 언제나 반갑다.'한때 시'도, 또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였다'는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서로의 애환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선수 생활을 마친 사람들에게 돈 문제가 가장 커요. 국가대표 몇년하고 은퇴해도 생활하기가 쉽지 않아요. 운동 코치를 해도 마찬가지죠. 외국은 공무원처럼 안정된 생활을 배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고등학교 코치들도 정규직이 아니거든요. 엘리트 체육이다 뭐다 외치지만 은퇴하고 나면 '모르쇠' 하는 거죠. 이런 애환은 선수 출신인 우리끼리가 아니면 모르잖아요."

열체모 김성은(37) 회장은 우리나라가 운동선수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유명 선수들도 사업 등에 손대다가 실패하기 일쑤. 핸드볼'역도 등 비인기종목은 더 심하다. 메달이라도 따면 주목받지만 메달이 없으면 주목조차 못받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열체모 회원들은 늘 즐겁다. 서로를 이해해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면면도 재미있다. 종합격투기 K1의 이상수 선수, 시드니 올림픽 역도 대표선수였던 김영태 선수, 지난해 대구FC 주장이었던 김윤수 선수를 비롯해 일본 가라데 선수도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을 비롯해 사회복지사로 진로를 대폭 수정한 은퇴선수까지 다양하다.

최근 체육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 또한 다행이다. 국민들 사이에 생활체육이 보편화되면서 운동 선수에 대한 눈길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요즘, 열체모 회원들은 만났다 하면 올림픽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태릉선수촌 지옥코스 이야기, 시합 나갔을 때 에피소드 등'아는 사람만 아는'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열체모 회원들이 꾸준히 봉사하고 있지만 그래도 쉽진 않다. 요즘은 자원봉사를 하려 해도 일회성 행사는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체육'이라는 재능으로 체육적인 봉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가 요즘 열체모 회원들의 고민이다.

동호회는 각 운동종목 시'도 대표 이상 전력의 선수, 체육전공자, 체육관련 종사자까지 입회 가능하다. 김 회장은 동료나 후배들이 '몰라서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으면'하는 바람이다. 자칫 외로울 수 있는 선수 은퇴자들이 이곳에서 다시 힘을 얻고 봉사까지 한다면,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우리 손길이 필요한 곳,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환영입니다."

연락처는 011-512-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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