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봅시다]남성 불임증

입력 2008-08-07 11:03:07

불임증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있어온 일로 그 옛날에는 터무니없는 미신을 신봉함으로써 자식을 잉태해 보려고 애를 썼다. 우리나라에서도 남근석이나 여근석을 주위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빌면 자식을 잉태한다고 믿고 있었던 과거의 흔적들이다. 그러던 중 16세기경에 현미경의 출현으로 정자를 처음 발견하고 이것을 인류의 생명의 세포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써 여자의 난소에서 생산되는 난자와 남자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정자가 결합해 생명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과학의 발달로 아기를 낳지 못해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소박당하는 서러움을 겪으며 불임의 책임을 전부 혼자 짊어지고 억울해 하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길이 열리고 남자도 그 책임을 나누어 가지게 됐다.'무자식이 상팔자'라거나'자식이 뭐 길래'라는 흔한 말 속에도, 만복 중에도 자식복을 으뜸으로 치는 우리 정서에는 그저 자식을 키우면서 나오는 어려움의 표현일 뿐, 실제로 무자녀 부부의 심정은 아니다. 불임을 겪는 부부의 속내는 대부분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들이다.

불임은 결혼부부의 약 15%에서 있을 만큼 주위에서 흔한 편이다. 1/3은 여성에, 1/3은 남성에, 나머지 1/3은 부부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피임 없는 정상부부는 약 80%에서 1년 내 임신이 되므로 1년 이후에도 소식이 없으면 불임여부를 알아보는 검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남성불임증이 불임부부 중 절반에 해당되므로 치료에서 남자가 예외일 수는 없다.

남성불임의 원인은 여성보다 종류가 훨씬 많고 분류가 다양하다. 고환 자체의 원인으로는 염색체병으로 생기는 고환생성부전과 고환염 같은 염증후유증, 고환전단계인 내분비장애를 동반하는 뇌하수체질환, 그리고 정관기형이나 부고환염으로 인한 정자수송장애인 고환후단계질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개 불임증 자체는 병이 아니고 전신질환의 한 증상이고 건강상태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한 진단'검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75%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치료가 만만치는 않다.

치료는 일차적으로 자연 임신력의 회복을 위해 원인적 치료를 시도하고, 이차적으로 체외수정이나 보조생식술은 비용적인 측면, 임신성공률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한다. 최근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는 보조생식술은 자연적인 임신을 유도하기보다는 정자를 획득, 난자와 결합시키는 데만 집중되고 있다. 이는 생식의 근본적인 틀을 위협하고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박철희(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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