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미워요" 울고 간 우산장수

입력 2008-08-04 08:26:15

▲ 유난히 햇볕만 쨍쨍했던 올 여름 장마철 대구지역 우산장수들은 장마특수를 누리지 못해 얄미운 하늘만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동석 기자
▲ 유난히 햇볕만 쨍쨍했던 올 여름 장마철 대구지역 우산장수들은 장마특수를 누리지 못해 얄미운 하늘만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동석 기자

'비 오면 짚신장수 울고 햇빛 나면 우산장수 운다'고 했던가.

올 여름 장마기간동안 중부 등 다른 지방에는 비 소식이 종종 있었지만 유난히 빗방울 하나 구경하기 어려웠던 대구. 그래서 대구 우산장수들은 해마다 누려왔던 장마특수를 뺏어간 얄미운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을 뚝뚝 흘려야만 했다.

지난 6월 20일부터 시작된 올 여름 장마는 대구 경우 7월 31일까지 총 강수량이 143.6mm에 불과, 평년 275.2mm의 절반 수준. 이 기간 42일 중 비가 안 온 날이 무려 23일간 이었고 비가 온 날이 19일인데 비가 오더라도 1mm 이하 '찔끔비'가 10일이나 됐다. 여름 장마철 기간 우산판매량이 한해 판매량의 40%를 차지하는 우산장수들에게는 장마철 빗방울이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서문시장에서 10년 동안 우산장사를 해오고 있는 중앙상사 박홍길(44)씨는 "예년 같으면 장마철 단체 주문을 포함해 하루 300~400개 우산을 팔아왔지만 올해는 주문도 뜸하고 소매는 1, 2개 팔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동아쇼핑 우산양산코너도 매출감소로 울고 있다. 판매원 배경애씨는 "6년 동안 근무해왔는데 이번 장마철에는 하루 1개도 못 파는 날이 많았고 우산 총판매량도 예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유난히 햇볕이 쨍쨍거리면서 양산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나 손실부분을 약간 메워주고 있다고 전했다.

'길거리 우산장수'도 울긴 마찬가지. 비만 오면 학교 앞, 시장, 도심 거리에 나타나 '반짝특수'를 누리던 이들 모습도 올해만큼은 아련한 추억처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워낙 장마철 비가 안 오니 출동할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우산 생산업체는 황소 눈물을 흘리고 있다. 1990년대 종업원 300명을 고용하다 지금은 20명 영세규모로 전락한 대구 토종업체 협립양산. 주로 선물용 고급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 저가품의 시장잠식 요인도 있으나 유독 올해 마른장마가 기성을 부려 우산 주문량이 작년에 비해 30% 감소했다.

이 회사 김윤수 영업부 차장(66)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위주로 판매망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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