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입력 2008-08-04 06:00:56

"技保와 통합돼도 대구본사가 순리"

정치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5대국회부터 17대까지 3선 국회의원으로 잘나가다가, 지난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정치권을 떠나야 했던 처지를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신보) 이사장으로 임명된 안택수(65) 전 한나라당 의원은 "무엇보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을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정치권을 떠나게 된 게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는 말로 정치권에 대한 미련을 대신했다. 그는 15대때는 자민련으로 당선됐다가 한나라당에 입당, 이후 줄곧 17대까지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야당의원 신분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정치권에 복귀할 생각은 있는지 여부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신보에서 맡은 일에 정성을 쏟아 경제인으로서도 능력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이어 "신보를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으로 재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뒤 "금년에 보증 규모를 29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기업들에 대한 보증규모를 7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등의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경제인으로 연착륙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얘기는 신보의 대구이전 효과로 이어졌다. "신보의 재산만 3조7천억원이고, 신축사업과 공동사택 건축비는 1천563억원이나 되는데다 본사에 근무할 직원 수도 300명이 되는 등 대구지역에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대구지점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다."

신보 이전 계획도 작년말 이미 완성됐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가 최종 심의를 보류하는 바람에 지연돼 왔지만, 올 연말쯤 관련심의를 다 마치게 되면 이전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기술보증기금(기보)과의 통합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의 공기업선진화계획에 따라 신보가 기보와 통합하게 되더라도 신보의 규모가 훨씬 크고 역사가 오랜 점 등을 감안하면 "통합기관의 본사는 대구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사심(私心)을 경계하고, 공심(公心)에 입각한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사심을 버린다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사심이 발동하게 되면, 신세를 망치게 된다."

안 이사장과의 인터뷰 말미에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언론계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경제인으로 재변신하고 있는 그에게서 정치인 냄새를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 지낸 12년이 짧지 않은 기간이라 보람도, 아쉬움도 많았을 성싶었다.

"자민련과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2년4개월 동안 정치의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던 점, 대구시당위원장으로 지역 정치권을 이끌어가는 한편 지역 현안 사업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지역 의원들과 애썼던 점 등이 보람으로 느껴진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 자민련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부·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지역 의원들은 대부분 여당의원이 되면서 야당의 한계를 벗어나게 된 만큼 더욱 힘을 얻게 돼서 다행"이라고도 말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역민들의 마음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개성이 너무 강하고 황소고집이어서 한번 싫으면 영원히 싫다는 식의 기질을 이제는 누그러뜨려야 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안 이사장은 "대구시민과 각 분야의 지도층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공동 목표 설정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과거 대구경제살리기 모임처럼 꾸준히 지속시키지 못하고 반짝 행사로 끝나버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지역의원들도 공동 목표가 정해졌으면 개인적으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힘을 모아야 하는데, 개인 플레이에 치중했던 것도 지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정계복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다음 총선은 4년이나 남아있는 만큼 시기가 가까워지면 거취 문제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