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는 기업과 사회를 살찌운다.
미국 켈로그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절, 극빈자에게 시리얼을 무료로 배급해 빈곤층 기근 해결에 기여했다. 이 같은 사회공헌은 시리얼이 미국인 아침식사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지역 기업사회에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한 '사회공헌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들은 회사 수익금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거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의 사회공헌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최용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홍보부장은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특히 자사의 고유업무와 연계한 공헌활동을 강화하면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회공헌 없이는 지속가능 성장 없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똑똑한(smart) 비즈니스'라는 경영방침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부분을 특정 공익사업(자유의 여신상 복구 등)에 사용하는 캠페인으로 카드 사용률이 27% 상승했다. 신규 카드 발행률도 10%나 뛰었다.
미국의 사회책임경영 컨설팅업체인 콘로퍼(Cone Rop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가운데 84%가 "가격이 유사할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 더 높은 지속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
더군다나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올해 사회적책임(CSR)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제정할 예정으로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지역기업 늦었지만 가속페달
'사회공헌'은 지역에서 잘나가는 토종 기업일수록 활발하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장학·교육사업(33억원) 사회복지(20억원) 체육사업(23억원) 문화예술사업(10억원) 등 지역공헌사업에 92억원을 썼다. 이는 당기순이익이 2천608억원의 3.5%에 해당하는 금액. 특히 'DGB러브펀드'를 만들어 직원들이 매월 1천~1만원씩 내고 회사가 같은 금액만큼 매칭펀드를 조성해 무료급식소, 난치병어린이돕기, 복지시설 위문 등에 20억원을 썼다.
대구은행 장문환 사회공헌팀장은 "국내에서 순이익의 1%를 넘겨 지역 기여를 하는 경우는 잘 없다"며 "하지만 대구은행은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백화점은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어 기부금(2006년 1억7천만원)을 전달하고 있고 임직원들이 매월 이웃사랑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또 쌀과 물품, 성금 등을 연 1억원 이상 내고 있으며 점포별로 봉사단 운영과 스포츠와 문화부문에서도 다양한 후원과 전시·공연을 한다.
동아백화점은 화성장학문화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제공하고 영세민을 지원하고 있으며 문화사업에도 다양한 협찬과 후원을 하고 있다. 사랑의 비둘기봉사단, 화성자원봉사단 등을 통해 봉사활동(2006년 160여회, 2천70명)을 했다. 2006년 기준으로 10억6천만원을 지역 공헌사업에 투자했다.
'몸도 따뜻하게, 마음도 따뜻하게'를 모토로 한 대구도시가스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직원이 매월 5천원씩 내 결식아동이나 육상꿈나무 육성을 위해 쓰고 있고 또 시립희망원 등 500여개 복지시설에 도시가스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사랑의 집짓기(한국해비타트), 음악회, 사랑나눔헌혈 등 전직원이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CEO 개인이 소리나지 않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춘곡장학회 이재섭 회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조일알미늄의 '오늘'을 일궈낸 장본인. 이 회장은 최근까지 춘곡장학회를 통해서 7천700여명이 장학금 34억여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만나면 기꺼이 주머니를 연다. 지난 몇년간 저금리시대에 들어가면서 춘곡장학회의 장학금 지원액이 줄어들 형편에 놓치자 2005년에 19억원, 2006년에는 23억원을 추가로 출연하기도 했다. 동일산업 오순택 대표는 1988년부터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30억원으로 시작, 지금까지 1천명이 혜택을 봤다.
한라효흥장학문화재단(이사장 신순옥)은 창업자의 유지를 받들어 유족이 40억원을 출연해 만든 재단. 중견 기업이 만든 장학재단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주류업체로는 ㈜금복주가 금복문화재단을 만들어 장학금과 각종 성금전달에 매년 3억여원씩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곽병원과 안동의료원 등 중견 규모의 종합병원들도 무료간병사업, 가정간호사업, 만성질환 관리센터 운영 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든 소외계층 지원에 열성을 다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은 유방암 환자를 돕기 위한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 대회' 등 모자가정 빈곤탈출 지원사업 등 회사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사회공헌 사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사회공헌 활동을 맹렬히 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소극적이다. 지역 기업들이 영세하고 경영환경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사회 공헌에 대한 근본인식이 부족한 탓.
해외에서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 성서공단의 한 기업인은 "경영과 사회공헌은 별개가 아닙니다. 경영이 어렵다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하지 못할 것입니다. 경영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어려운 경영여건을 돌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의 경우 토착기업들은 장학재단을 중심으로 조금씩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지만 역외 이전 기업들은 지역사회와의 호흡에 소극적이다. 매출이 지역에서 선두권인 성서단지의 한 대기업은 연말에 수천만원의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또 역외 유출 자금의 주역인 유통 부문 외지 업체도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1조 5천억원이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서울 본사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등은 본사 중심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역에 대한 기여도는 턱없이 적고 점포별로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정도만 운영할 뿐이다.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사회 공헌활동"이라고 항변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생존의 필수요소로 인식되는 때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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