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모으는 자리인가, 시간에 쫓긴 전시 행사인가.'
28일 오후 대구시 교육청에서 열린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른 의견수렴회'. 교육청 차원의 학교 자율화 방침을 정하기 전에 각계 의견을 듣는다며 시교육청이 처음으로 만든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 구성부터 논란이 됐다. 33명 중 교장 8명, 교감 6명, 시교육청 과장 4명, 교육과학연구원 부장 등 고위직만 19명. 학부모는 일반계고학부모연합회와 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 대표 3명뿐이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교사도 6명에 불과했다. 그마저 교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수렴회가 급조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교육청은 회의 3일 전인 지난 25일에야 각 학교와 교육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토·일요일이 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 전에 전달된 셈. 전교조는 "29일 전국시도교육감회의를 앞두고 의견 수렴 절차를 어떻게든 거치려다 보니 급하게 행사를 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참석자들은 쟁점과 관련된 개념조차 헷갈려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이미 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교복 공동구매 지침을 폐지해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논의 때는 교복값이 너무 비싸므로 공동구매를 권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까지 한 것.
수렴회 시간이 너무 짧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교조 측은 "학교 자율화 방침은 학교 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데 30여명을 모아놓고 2시간 만에 끝낸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에 자극받아 급히 방침을 정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학교와 학부모단체 등 자율화와 관련된 각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람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의견수렴 후 면밀히 검토해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0여명이 모여 고작 몇분씩 발언하게 한 뒤 서둘러 마친 수렴회를 통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사회1부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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