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 신규대출 중단…지역기업 '$' 말랐다

입력 2008-04-28 10:18:06

지역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최근 폭증하는데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달러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달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 등 여러 곳에 해외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경북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지난달부터 외화자금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할 수 없이 주거래은행과의 정상거래 때보다 무려 4.1%포인트나 더 비싼 이자를 물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에서 돈을 조달 중이다. 완성차업체의 해외진출에 발맞추기 위해 잇따라 해외사업장을 개설, 외화가 끊임없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외화대출이 불가능,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면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예상밖의 이자손실을 입게 된 것.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 대구의 한 차부품업체도 외화자금 주거래은행에 외화자금 차입을 의뢰해 놨지만 은행 측으로부터 신청금액의 20%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 한 관계자는 "외화차입을 신규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지난달 말 이후 외화대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기존 외화대출 기업들도 일부를 갚아야 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는데 현재 추세로서는 환율 안정세가 나타나야 신규 외화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자금 경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 국제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면서 '달러 현금이 최고'라는 고전적 개념이 국제 자금시장을 사로잡으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달러를 못 구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채권을 발행, 외국 투자은행들에게 이를 팔아 달러를 마련해왔으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외국 투자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우리 은행들의 채권을 사줄 여력도 줄어들었다.

반면 은행 금고에 달러는 말라가는데 달러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달 22일까지 수출입은행으로 들어온 외화자금 신청은 1억5천221만2천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천873만달러)에 비해 2배나 폭증했다.

특히 지역 주축산업으로 성장한 차부품업체들의 해외 투자가 최근 왕성해지면서 올 들어 22일까지 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에는 해외투자 외화자금 신청액이 4천728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천701만1천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불어났다.

신태근 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채권을 발행해도 외화조달이 힘들 만큼 외화자금경색이 발생했다"라며 "외화조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당장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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