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봄 '고창읍성과 청보리밭'

입력 2008-04-24 07:20:01

조선 단종 때 왜침 막기 위한 축성

지금 대구엔 대구읍성 성돌을 모으는 시민운동이 한창이다. 시민들에게 성돌을 기증받아 일본에 의해 사라진 대구읍성 성곽로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읍성은 지방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행정 기능을 담당하던 성으로,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를 담고 있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이르러 비극적 운명을 맞는다. 일제가 읍성 철거령을 내려 우리 역사를 말살하려 했고, 이런 이유로 대구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읍성이 참담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00년, 일제가 무너뜨린 대구읍성을 다시 복원하려는 시점에 전북 고창읍 읍내리 고창읍성을 찾았다. 이곳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읍성 중 하나로, 그 옛날 읍성의 모습과 현대 도시에서 읍성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석 성곽. 일명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며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돼 호남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고, 1965년 사적 지정 이후 1976년부터 동헌'객사 등 22동의 내부 건물을 복원했다.

크고 작은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읍내 중심지 바로 곁에서 555년(1453년 축성) 역사의 읍성을 만난다는 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다. 둘레 1천 684m, 높이 4~6m, 면적 16만5천858㎡에 동'서'북문 3개 옹성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용케 살아남았는데, 성곽에 오르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현대식 고층 건물 옥상에 섰을 때와는 다른 가슴 뭉클함이 밀려든다.

읍성 입구에서 처음 마주한 안내문엔 답성(踏城: 성을 걷는다는 의미) 풍속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윤달에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세 차례 돌면 한 번 돌 때마다 다리병이 낫고,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는 것. 고창읍성엔 지금까지도 부녀자들의 답성 풍속이 남아 있다. 고창읍성을 도는 일은 굳이 극락승천의 전설이 아니더라도 발품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다. 성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 하늘을 뒤덮는 노송과 빽빽하게 들어선 맹종죽이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성곽엔 개나리'벚꽃'철쭉이 만발해있다.

성을 빠져 나와 끊임없이 성곽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조만간 복원될 대구읍성에 대한 상상에 괜시리 마음이 설레었다. 조선시대 경상도에서 제일 컸다는 대구읍성, 동성로 시내 한복판에서 만나는 그 옛날 대구읍성의 성곽과 성문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진다.

곳곳에 명소들 "고창에서는 하루가 짧다"

선/운/사-3천여그루의 동백 5월까지 피고 지고

삼인리에 위치한 선운사는 고창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명소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고, 구름 속에 신선이 누워 참선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때 89개 암자에서 3천여명의 승려가 수도했던 대가람으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봄의 선운사에 들렀다면 대웅보전 뒤에 위치한 동백나무 숲을 놓쳐선 안된다. 1만6천㎡에 걸쳐 3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수령 500~600년을 자랑하는 선운사 동백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선홍의 장관을 이룬다.

고/인/돌-다양한 고인돌 세상…세계 유일한 곳

고창읍 죽림리, 아산면 상갑리 일대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라 있는 고인돌이 있다.

일대는 탁자식'바둑판식'개석식'지상석곽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을 접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곳.

선사시대 선조들의 삶을 조명하고 묘제양식을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 이곳 오베이골 탐방로는 고인돌과 주변 화시봉을 연결해 만든 등산로로 유명하다.

청/보/리/밭-초록빛 바다를 걷다보면 근심은 사라지고…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공음면 선동리는 60만㎡가 넘는 거대한 청보리밭이 펼쳐진다.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보리밭은 초록의 바다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30분 남짓 보리밭 사잇길을 걷다 보면 세상사 온갖 시름이 모두 잊혀진다. 지금 이곳에선 '제5회 청보리밭 축제'가 한창이다.

가는 길

담양~고창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대구에서 고창 가는 길이 훨씬 편해졌다. 대구~88고속도로~담양→고창IC까지 3시간만에 갈 수 있다.

먹을거리

고창에 도착해 놓쳐서는 안되는 음식은 단연코 장어 요리. 선운사로 향하는 도로변 곳곳에 수십 곳의 장어요리집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선운사 입구로, 가격대는 1인분 1만~1만5천원. 이곳 장어는 풍천장어라 불리는데 '풍천'은 바닷물과 민물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지명으로 여기서 잡히는 장어는 맛이 담백하고 육질이 쫄깃해 복분자술과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옛부터 '옥황상제도 전북 고창에서 온 사람에게 풍천장어 맛을 물어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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