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남자가 詩 많이 읽는다

입력 2008-04-18 07:19:58

▲ 나이가 들수록 남성들이 시를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경우 40대를 지나면서 활동적인 분야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분야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 나이가 들수록 남성들이 시를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경우 40대를 지나면서 활동적인 분야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분야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시를 가까이하고 여성은 시를 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의 시집 판매 패턴 조사에 따르면 10대(14∼19세)엔 남녀 비율 28대 72로 여성이 시를 많이 읽는다. 그러나 30대(남성 42%, 여성 58%)를 기점으로 남녀의 차이는 줄어들기 시작해 45세를 넘어서면 남성 51.5%, 여성 48.9%로 남성의 시집 구매가 오히려 많아진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이 차이는 점점 벌어져 60세 이상 연령에서는 남성이 77.7%로 여성 22.3%를 크게 앞지른다.

교보문고 신길례 북마스터는 "남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성이 풍부해져 시를 많이 찾는 반면, 여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적인 면에 관심을 갖고 건강관련 도서나 실용서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중년을 지나면서 남성은 시를 가까이하고, 여성은 시를 멀리하는 이유는 뭘까.

김성미(마음과마음정신과 의원) 원장은 이 같은 현상을 구스타브 융의 '중년의 심리적 위기'(Midlife Crisis)'를 근거로 설명한다. 인생의 '정오'가 지나면서 자신감을 잃고, 창조적인 일보다 기억과 추억 등 감성적인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남성들은 40대를 지나면서 자기상실감으로 활동적인 분야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분야에 더 끌린다. 반대로 여성은 중년기를 지나면서 육체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에어로빅이나 자전거 타기 등 활동적인 취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좀처럼 울지 않는 남성들이 40대를 지나면서 여자 정신과 의사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반면, 여성들은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 수다 떠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시집선호도 변화와 비슷한 경향"이라고 했다.

하지현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중년의 남성이 시를 읽는 이유를 "호르몬 변화로 남성이 여성화되는 생물학적 변화와 더불어 또 다른 방식의 자기계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방식의 감성계발(EQ계발)을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편 시인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 2005년 이후 교보문고 시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3년째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동안 베스트 셀러 10위 안에는 외국 시집이 한권도 포함되지 않아 소설분야에서 외국도서가 베스트셀러를 상당부분 점유하는 것과 차이를 보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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