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변화와 개혁에 대한 소망

입력 2008-04-15 09:12:12

핀란드의 경쟁력으로 국민 개개인의 성숙한 의식과 함께 사회지도층의 리더십을 꼽을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는 근무시간에만 대통령이고 총리일 뿐 근무시간 이외에는 일반 사람들처럼 경호원 없이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하고 딸과 함께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도 한다. 총리도 운전사가 파업을 하면 직접 운전을 하며 버스, 트람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핀란드 국회의원은 평소 타고 다니던 중고차를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한다. 의원들은 모든 일을 보좌관 없이 직접 처리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가 하면, 판공비 내역이나 보유재산 일체를 공개하는 '오픈시스템'을 철저히 준수한다.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 같은 눈높이를 가진 친절함과 겸손함이 어우러진 지도자들의 검소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간다.」(이병문의 '핀란드 들여다보기', 매일경제신문사)

핀란드에서는 총리가 국민을 상대로 한 단 한 번의 거짓말이 들통 나 당장 총리직을 사퇴한 경우도 있을 만큼 정치지도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요구가 높다. 대통령이 직책을 그만둔 후에는 별다른 예우 없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매일경제신문 이병문 기자는 '핀란드 들여다보기'라는 책에서 1년간 핀란드에 머물며 보고 관찰한 내용을 핀란드 국민들의 국민성, 사회복지, 교육제도, 경제발전모델, 지도층의 리더십 등 총 7개의 장으로 나누어 리포트 형식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반부패지수 세계 1위이며 살기 좋은 나라로 세계에 손꼽히는 핀란드 사회를 만든 저력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수입의 45%를 세금으로 내는 대신, 국민 누구나 대학원까지 돈 한 푼 안 내고 다닐 수 있다. 개별 가정이 교육비로 일 년에 지출하는 돈이 고작 5만 원 정도라고 하니, 사교육으로 허리가 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여성이 출산을 하면 1년 넘게 월급의 70%를 받으며 휴가를 받아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의 천국이라 할만치 사회제도나 시설이 잘 되어 있다. 핀란드의 선진적인 사회경제체제 못지않게 저자가 주의 깊게 관찰했던 것 중 하나는 핀란드 인들의 국민성이다. 평생 욕 한번 안 하고 지하철 표 검사를 하지 않아도 아무도 무임승차를 하지 않으며, 직접 무게를 달아 가격표를 붙이는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누구도 양심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춥고 긴 겨울에다 인구는 5백만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 핀란드가 이룬 놀라운 발전모델을 우리나라라고 이루지 못할 리 없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놀라운 경제발전, IMF 금모으기, 기름유출 태안으로 몰려든 자원봉사의 물결 등 국가재난시기에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 저력을 갖고 있다.

최근 우리는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치렀다. 선거결과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과 보수정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두고 민주주의의 위기느니, 정치 불신과 패배감이 극에 달했다느니 하는 평가들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은 기성 정치인들의 무능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원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선거과정동안 특정 정치세력과 주류언론들이 고의로 정치무관심을 조장하고 후보자들 간의 건전한 경쟁을 막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누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했든 정치무관심과 패배감에 빠져 시민의 의무를 저버린 국민들의 책임도 크다.

우리나라는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나날이 더 심해지는 빈부격차의 해소, 점점 비대해지는 수도권과 낙후된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문제, 사교육 해결과 교육의 기회균등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지난 정권에서 이런 문제들은 변죽만 올릴 뿐 제대로 풀지 못했는데, 만약 현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만이 어떤 식으로 곪아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강력한 의지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북유럽 국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선진적 발전모델을 잘 연구하고,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이다. 만약 새로운 정부가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또 다른 대안세력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고 미래를 설계해나갔으면 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치열하게 노력하노라면 언젠가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봄이면 잊지 않고 피어나는 갖가지 꽃과 새잎이 돋아나는 나무들의 눈부신 아름다움처럼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가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신남희(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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