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의 시와 함께]복사꽃 꽃술이/황명자

입력 2008-04-15 07:00:00

임당고분 밑자락,

복사꽃밭 있다 압독국 어린 임금 묻힌

봉분 아래로

꽃잎 흐드러지면 유독,

뱀이 많다 쉭, 지날 때마다 복사꽃잎 파르르 떨고

그래선가 복사꽃 꽃술, 뱀의 혀 닮았다

뜨거운 입김 날름날름 내뿜다가 뱀하고 눈맞았나,

곱디고운 꽃잎 떨구던 날,

꽃잎 위에 살포시 허물 벗어 놓은 뱀들,

꽃길을 만들고 놓고 사라졌다

복사꽃의 아름다움은 치명적이다. 핏방울 뱉어놓은 듯 가지마다 툭툭 불거지는 도발적인 꽃 맵시. 대중문화 코드로 비유하자면, '색, 계'의 주인공인 탕웨이가 치파오를 입고 양가위를 유혹하는 모습이랄까. 은빛 매끈한 수피에 봄비라도 적실라치면 번들거리는 가지에 점점이 도드라지는 붉은 빛은 사람을 자지러지게 만든다.

그러니 복사꽃이 나오는 곳에 리비도의 상징인 뱀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복사꽃의 꽃술과 뱀의 혀가 얽히는 깊은 입맞춤의 순간, 생명의 불꽃은 스파크를 일으킨다. 그리고는 暗電(암전) ! 뱀은 헌 생명을 '살포시' 벗어두고 새 생명을 얻는다. 이 양가적 요소, 꽃과 뱀, 죽음과 탄생, 과거와 현재가 시인의 연금술 솜씨로 하나로 묶이니, 그 꽃길 참 유현하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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