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권 송금수수료도 '전봇대'인가

입력 2008-04-05 09:37:04

우리은행은 지난 3일 부랴부랴 송금수수료를 500~2천원씩 내린다고 발표했다. 다른 은행과 농협도 인하하기 위해 원가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금명간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나눔경영 실천 차원과 은행의 공공기능 강화 측면에서 이같이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보는 국민의 눈은 곱지 않다.

먼저 이 같은 금융기관의 인하 결정에 청와대가 직접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은행수수료는 송금 규모에 관계없이 회당 1천500~3천원씩 부과되고 있어 요즘처럼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이처럼 획일적으로 요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현금 3천원을 송금하는데 은행 송금 수수료가 3천원이라면 문제가 많다. 특히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가 500원 또는 무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수수료 책정에까지 청와대 입김이 가해진다면 이는 명백한 시장 기능 무시 행위이다.

그러나 금융권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한마디 하자 바로 그날로 어린이 유괴 미수범을 체포해 버리듯 윗선의 한마디에 수수료가 그날로 바로 조정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즉 금융기관은 수수료를 내릴 충분한 여력이 있는데도 그 동안 '높은 가격'을 묵인해 왔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만약 금융기관이 일찌감치 뿌리 뽑아야 할 '전봇대'가 청와대 입김으로 인해 비로소 뽑힌다면 금융기관의 신뢰성에 먹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의 개입을 '월권'으로 보는 측면보다 '오죽했으면 청와대가 개입했을까'라는 동정론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금융기관도 정확한 원가 개념을 도입하여 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청와대의 힘에 의한 '억지 인하'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거품 제거'인지를 원가 공개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을 정부 산하 기관처럼 裁斷(재단)하려는 정부의 처사도 문제지만 금융권도 특유의 권위의식과 경직성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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