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나무는 왜 베어졌을까?…가로수 '세대교체'

입력 2008-04-04 10:10:25

▲ 범어공원 아카시아 나무2 3일 오후 대구 수성구민운동장 인근 범어체육공원. 아카시아 나무가 앙상하게 둘러싸인 가운데 한 시민이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대구시가 푸른 숲 가꾸기 일환으로 1천여만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정작 도심속 대부분의 공원 야산은 아카시아 나무에 점령된 채 방치되고 있다.
▲ 범어공원 아카시아 나무2 3일 오후 대구 수성구민운동장 인근 범어체육공원. 아카시아 나무가 앙상하게 둘러싸인 가운데 한 시민이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대구시가 푸른 숲 가꾸기 일환으로 1천여만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정작 도심속 대부분의 공원 야산은 아카시아 나무에 점령된 채 방치되고 있다. '컬러풀 대구' 에 걸맞게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속 공원 산야에 대한 친환경 조림도 절실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의 가로수들이 세대교체를 맞고 있다. 1960년대 가로수 심기 사업이 시작될 당시 녹음이 짙어 청량감을 주던 양버즘나무, 포플러나무, 히말라야시더 등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도심공원·야산의 아카시나무도 교체 우선순위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대구에 있는 가로수는 모두 33종으로 구·군 425개 가로에 17만1천852그루. 수종별로는 은행나무가 4만4천여그루(25.6%)로 가장 많고, 느티나무가 3만5천여그루(20.8%), 양버즘나무가 3만4천여그루(20.2%) 순이다.

◆가로수의 세대교체

1970~80년대에도 대구시 가로수의 절반에 달했던 양버즘나무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수령이 20, 30년을 넘어가면서 너무 짙은 녹음으로 인근 가게의 간판이 잘 보이지 않고 열매에서 가루가 날린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대구의 양버즘나무는 3년새 2천여그루가 줄었다.

대구의 대표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던 히말라야시더도 비슷한 처지다. 동대구로(파티마 삼거리∼범어네거리) 2.7㎞ 구간에 쭉 뻗은 히말라야시더는 외지인이 부러워하는 나무였다. 그러나 히말라야시더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4년말 2천434그루였던 것이 올 들어 현재 705그루로 줄었다.

수성구청은 올해 국가정보원 진입로에 있는 수령 20년짜리 히말라야시더 100그루를 이팝나무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히말라야시더를 볼 수 있는 곳은 동대구로와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도청교(1.2km)와 칠성꽃시장~태평지하도 철로변, 두류공원 등이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는 '천근성' 수종인 히말라야시더는 강한 바람이 불면 쓰러지기 일쑤여서 수종 교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포플러나무 가로수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달성군 하빈면 동곡리~묘리와 현풍읍 대리~구지면 내리에 있던 400여그루의 포플러나무가 농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2005년 베어진 뒤 자취를 감췄다.

◆도심 공원·야산에도 수종 교체

도심 공원·야산의 나무들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두류공원과 달성공원 등 주요 공원과 와룡산, 수도산 등 도심 야산도 공공 디자인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3일 발표된 대구 그랜드 디자인과 도시경관 기본 구상에 따르면 시는 디자인의 주요대상에 '오픈 스페이스(공원, 광장, 유원지, 로하스벨트)'를 집어넣었다. 특히 1900년대 초반 민둥산에 사방사업 등을 목적으로 집중적으로 식재된 아카시나무는 도시경관상 도심 공원 수종으로는 부적절하고 땅을 피폐시킨다는 의견 때문에 유력한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번식력이 강한 아카시나무는 땔감으로 사용돼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쓸모있는 수종이었지만 이제는 그 목적이 사라져 버렸다.

대구시 도시디자인자문단 이정호 위원장(경북대 교수)은 "대구 도시경관 기본 구상에서 예산만 뒷받침되면 인근 야산에 대한 수종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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