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한국 전통 춤사위는 영혼의 몸짓이죠"

입력 2008-04-04 07:31:23

김성희·박소경·전경옥 중년의 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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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한국춤이 좋아 2년 전부터 배우게 됐어요." 오는 17일 열리는 공연을 앞두고 한국 전통춤 연습에 여념이 없는 중년의 세 여인.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백년욱 선생의 연습실. 중년의 낯익은 여인들이 전통춤 연습에 한창이다. 은은한 대금 선율에 몸을 맡긴 세 여인의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부채를 쥔 손이 휘감겨 돌자 한순간 공간이 가득 찬다. 풍성한 치맛자락 밑으로 살짝 비친 버선발엔 수줍음이 묻어난다. 이들은 살얼음 위를 걷는 듯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동작을 잇는다. 이마와 턱, 어깨 그리고 치맛자락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음악 선율과 하나가 된다. 잠시 뒤 부채로 미소를 살짝 가리자 대금 선율도 멈춘다.

백년욱 선생의 지도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전문직 여성이 한국 전통춤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 화제다. 김성희 맥향 화량 대표와 박소경 경동정보대학 학장, 전경옥 매일신문 논설위원이 바로 그 주인공. 의사, 예술가 등의 본업을 가진 이들이 춤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저 한국 춤이 좋아 배우기 시작했다"는 춤사위가 어느덧 결실을 맺어 관객을 찾게 됐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오는 17일 백년욱 선생의 '꽃피는 봄이 오면' 공연 때 함께 선보인다. 이들은 바쁜 일상에서도 매주 세 차례씩 진행된 수업에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여줬다. 공연장에서 멀찍이 봐왔던 춤사위를 체화시키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면서 어느덧 열성 춤꾼으로 변해버렸다.

"한국 춤은 영혼의 몸짓이자 명상의 한 방법입니다. 우리 같은 50대 중년 여성에겐 원숙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 주지요" 사실 이들이 이토록 한국 춤 예찬론자가 된 데에는 백년욱 선생의 공이 컸다.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던 이들에게 정소산 선생의 흥춤과 창작 춤을 직접 선보이면서 의지를 북돋워준 것. 춤사위로 대화하며 춤사위로 위기를 극복했던 세월이 벌써 2년째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이들은 앞으로 기본무에서 벗어나 흥춤을 배운다.

"한국 춤엔 은근과 끈기가 깊이 배어 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 춤에서 배운 기질이 삶의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것 같아요" 늦깎이들이라 연습밖에 방도가 없다는 이들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다시 대금 선율에 빠져들었다. 춤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이미 연륜과 직업을 넘어서 있었다.

한편 백년욱 선생과 함께 진행되는 이들의 공연은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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