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개실마을 "아름다운 봄 한아름 따 가세요"

입력 2008-04-03 15:03:56

만물이 생동한다는 봄, 사람의 몸도 예외가 될순 없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봄리듬에 맞추고 싶어진다. 딸기가 제철이니 아이들과 자연학습 겸 새콤달콤 딸기 밭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고령 개실마을. 꽃이 피고 골이 아름다워 아름다울가(佳), 골곡(谷)을 써서 가곡이라고 하고, 또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라 하여 개화실(開花室)이라 했단다. 이름마저'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그 이름처럼 개실마을엔 꽃이 만발하다. 350년의 고택 앞마당엔 어김없이 매화가 피었다. 꽃을 보고 100년된 한옥에서 잠을 잔 후 직접 딸기를 따먹고 그윽한 죽향까지 맡을 수 있으니, 한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봄이 풍성하다.

350년 전으로의 여행

개실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조선중엽 영남사림학파(嶺南士林學派)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선생 후손들의 집성촌으로 62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화개산 기슭에 자리잡은 점필재 종택이 보인다. 1800년경 건립, 1878년 중수한 고택은 튼 미음자(ㅁ)형 한옥이다. 안채'사랑채가 있으며 지금도 선산 김씨 문충공파(善山金氏 文忠公派) 종가의 종손이 생활하고 있다.

집주인의 양해를 얻어 고택에 들어서니 나무 하나, 기와 하나에 꼿꼿한 양반의 문기(文氣)가 흐르는 듯하다. 고택을 방문할 때는 양산을 접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 잠시 양산은 접어두는 것이 어떨까.

딸기 따고 엿 만들고

"빨갛고 꼭지가 톡 튀어나온 것이 맛있어요." 주말이면 500~600명의 관광객들이 딸기 수확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특히 요즘은 딸기가 가장 맛이 좋은 시기라고 한다.

참가비는 일인당 6, 7천원(시세에 따라 결정). 일단 딸기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 하면 마음껏 딸기를 따먹을 수 있는데다 500g들이 한 팩을 포장해서 갖고 갈 수 있다. 고령 일대에는 친환경 농법으로 딸기를 재배, 즉석에서 딸기를 따먹어도 안전하다.

농장주 김한수(54)씨는 "무농약 딸기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딸기를 저장할 때는 꼭지를 따지 않은 채 통째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물에 닿으면 금방 상하기 때문에 씻지 않고 저장해야 한다고.

딸기수확 체험은 시작에 불과하다. 개실마을에는 지금도 장작을 때어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8~10시간 동안 엿을 고아낸다. 쌀을 익혀 엿기름으로 삭힌 즙액을 농축하는 과정이다. 엿재료를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꽈배기 모양으로 꼬아댄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면서 엿은 투명한 색에서 뽀얀 색으로 변한다.

김숙자(70)씨는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엿 만들기의 수고를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엿 만들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우리도 한 때 그냥 사먹었을 정도예요. 지금은 전통이 잊혀질까봐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재료를 준비하죠. 아이들은 물론 특히 외국인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5천원만 내면 전통 쌀엿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한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과'강정'다식'정과 등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단 2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마을 노인들로부터 직접 짚을 꼬아 계란꾸러미를 만드는 짚풀공예도 가능하고 국수 만들기, 윷가락 만들기, 대나무를 이용한 물총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마을의 부녀회를 비롯한 모든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도우미를 자처해 가능한 일이다.

마을 홈페이지에는'딸기 따는 것도 재미있었고 엿도 너무나 맛있었다','편안한 휴식과 더큰 행복의 체험 기회였다'등 체험후기가 여럿 올라와 있다.

한옥에서의 하룻밤

마을 중심에 위치한 100년 넘은 한옥을 통째로 빌려 묵을 수 있다. 오래된 나무 마루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서까래를 그대로 사용해 매력적이다. 15만원. 현대식으로 새로 지은 한옥과 일반 가정집 민박은 4인 기준 1실에 5만원이다. 미리 예약하면 부녀회원들이 시골밥상으로 식사를 준비해 준다. 1인5천원.

가는 길='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고령IC에서 내린다. 고령읍 방면으로 좌회전한 후 5km 가량 가면 된다. 고곡삼거리에서 합천 방면으로 좌회전, 귀원삼거리에서 합천 방면으로 직진한다.

국도의 경우 대구에서 국도 26호선을 타고 쌍림 귀원삼거리를 지나 33호선 합천방면으로 간다.

먹을거리=쌍림중학교 옆 '대원칼국수'의 도토리 수제비가 유명하다. 오랜 시간 소고기등뼈를 넣고 끓여낸 육수에 인삼'대추'팽이버섯'잣'은행'소고기사태살 등 영양식을 듬뿍 넣고 도토리를 넣은 수제비를 띄운다. 국물 맛이 진하고 깊어 인기다. 5천원.

예약 및 문의는 개실마을 홈페이지(www.gaesil.net), 문의전화 개실마을발전추진위원회 부위원장 김병만 011-810-5936, 사무국장 이경태 010-3826-7221로 하면 된다.

체험종류가격 및 특기사항(1인당)

대나무를 이용한 만들기 물총 3천원, 물총+피리 5천원

윷가락 만들기 3천원

국수 만들기 3천원

전통 엿 만들기 5천원

전통 한과만들기 5천원(최소 2주 전 신청)

도자기만들기 만들기는 5천원, 소성까지 포함 1만원

압화 체험 5천~1만원

짚공예 3천원

천연비누만들기 비누 5천원, 화장품만들기 스킨.로션세트 2만원

예절교육(단체만 가능)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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